한국교회, 부끄러운 자화상 반성해야...

개혁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 교회개혁의 과제
얼마 전 KBS의 ‘선교 120년, 한국교회 위기인가’의 방영 후, 기독교계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공영방송이 편파적인 방송을 내보냈다는 원성과 함께 KBS 분리시청료 징수운동까지 벌이며 기독교의 허물을 들추어낸 것이 옳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보도가 ‘적절한 비판’이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는 기독교가 개혁의 물결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뉴스앤조이가 서울지역 200여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4.5%는 KBS의 보도에 대해 ‘알맞게 비판했다’고 답했으며, 비판이 약했다고 답한 사람도 16.5%에 이르렀다. 또한 응답자 중 64%는 교회개혁의 지름길로 평가받는 교회정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 한국교회 상황을 위기로 보는 사람도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
드러내지 않은 상처는 안으로 곪아 결국 치료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잘라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큰 허물을 보고 있으며, 이번 공영방송의 보도와 같이 우리 스스로가 자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들추어내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고용수)의 33차 정기 학술대회에서 최영실(성공회대) 교수는 ‘섬김으로 참 평화를’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세상의 비판 대상이 되었으며 교회 내 뿐 아니라 교회 밖의 사람들로부터 철저한 교회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한국 교회의 위기는 신학교와 신학자들에게서 비롯됐다면서 “신학자는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깨닫고 전함으로써 교회와 공동체를 살리는 참된 목회자가 돼야 한다”며 목회자의 각성을 주장했다.

한국교회의 자화상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는 대형교회들에서 ‘교회 세습’이 일반화되고 있다. 서울의 충현교회, 광림교회, 성민교회, 서울중앙침례교회, 구로중앙교회, 도림교회등과 인천의 주안교회, 대구의 서문교회, 부천의 기둥교회등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들이 ‘교회 세습’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교회의 내노라 하는 목회자들 중 상당수가 목회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 아버지 없는 신학생은 팔불출’이란 말이 신학교 안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일 만큼 세습의 문제는 교회개혁의 중심에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교회가 스스로가 하나님의 소유가 아닌 목회자의 소유인냥 내려져 오고 있는 잘못된 행태임이 분명하다. 성경을 보면 반드시 신앙의 지도자는 하나님이 선택하신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의 소유와 자신의 소유를 혼동하는 것도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대형교회인 K교회 K목사는 감독회장 선거비용등으로 공금(헌금)횡령 및 불륜 합의에 공금을 사용한 혐의로 의혹을 받다가, 세상 검찰에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공금(헌금)횡령 부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K 목사는 법정 진술을 통해 자신과 교회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음으로써 주님의 몸된 교회와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비성경적인 행태를 나타내 수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돈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많은 부분들이 지적되어 오고 있다. 80만 명의 교인을 거느린 대형교회의 목사는 자신의 아들이 모 스포츠신문의 자금 지원문제에 대한 의혹으로 당회원들이 투명성을 요구하자 많은 수의 장로들을 제명 처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본주의·신주주의를 주장하면서 교회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또 한 K교회 장로들은 당회를 열고 은퇴하는 K목사에게 퇴직금 26억 원, 전별금 30억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뒤 이를 K목사에게 권유했다.
교회의 머리가 주님이시고, 우리가 몸 된 교회의 지체들이라면 목사나 장로나 직분의 차이일 뿐인데 어떻게 평신도들이 정성껏 하나님 앞에 바친 헌금을 목회자가 함부로 전용하고 횡령할 수 있는가. 당회원이라는 사람들이 구제와 선교에 소중히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담임목사 은퇴 전별금과 퇴직금에 수십억 원을 집행하겠다는 엄청난 발상을 하는가 말이다.
이광호 목사(대구 선교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난 강연회에서 “교회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가 교회개혁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하고, “허물어져 가는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서는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행이 필요하다. 교회는 말씀과 고백에 합치하는 방법으로 직분자를 세워야 하며, 세움을 받은 직분자들은 교회가 말씀을 근거로 맡긴 직분을 성실하게 실천해야 한다. 다양한 직분들 사이에 경계가 없이 혼합되어 있거나 계급적 경향으로 인한 치우침은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올바른 직분제도의 확립을 통해 원래의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직분에 대한 올바른 회복 없이는 한국교회의 개혁도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고 진단한바 있다.
한국교회의 무분별한 목회자 양성도 개혁의 대상이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 한국교회의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열린 ‘한국교회 수급조절 세미나’에서는“한국교회의 무분별한 목회자 양산으로 목회자의 질이 저하되고 목회자 수급의 균형도 깨어져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 총신대 교수는“예장 합동교단의 경우 지난 한해 교회를 담임하지 않는 목사의 수가 4,350명으로 전체 목사의 4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목회자 실업율이 일반 실업율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한 “직업으로서의 목사 양성소가 신학교가 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며, 신학대 정원 조절과 정년 단축등의 개혁으로 이에 대한 범교단 차원의 대책은 지금 서둘러도 모자랄 판국이다”고 지적했다.

개혁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앞서 지적한 것들 외에도 지금 한국 교회에는 칼을 대어야 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정하지 못하니 오히려 선도해야할 사회로부터 역으로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지난 시절, 우리 선조들의 눈물과 기도로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난 시절 가운데 기독교 역사의 아픔과 허물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과거 한국 교회는 개 교회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통하여 교회에 대한 사랑과 기도 헌신과 봉사를 통하여 교회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개 교회주의는 기독교의 연합성과 통일성을 간과하여 지나치게 세속적인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잘못된 개 교회주의 사고를 과감하게 떨쳐 버리고 모든 교회 주님의 교회라는 사고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강남향린교회·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등과 기독NGO들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종교개혁연합기념제가 열린다. 특히 30일에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주제로 한 영상물 관람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에서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도 마련된 예정이다. 또한 교회여성연합회와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등 4개 단체가 참여하는 기독여성단체들도 ‘한국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기독여성 간담회’를 10월 29일 개최했다.
앞으로도 우리 안에서는 이런 자정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올 것이다. 한국교회에 일고 있는 이런 개혁의 바람들이 순풍의 돛을 달아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성령 안에서 올바른 윤리와 가치관으로 확립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기독신문 손진화 기자

200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