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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방델|김재성 역|1999년 12월 20일|452page|18cm||1,3000원|||칼빈의 전기와 사상을 다룬 책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단권으로 된 가장 훌륭한 안내서를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칼빈 학자들은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의 교수인 프랑수와 방덜 (François Wendel)이 1950년에 저술한 \'칼빈. 그의 종교 사상의 기원과 발전 (Calvin. Sources et évolution de sa pensée religieuse)\'일 것이다.

이 책의 한글 번역은 \'칼빈의 신학서론\'이라는 제목으로 1986년 기독교문화협회에서 출판되었으며, 1999년에 다시 김재성 교수에 의해 \'칼빈. 그의 신학사상의 근원과 발전\'이라는 제목으로 크리스챤다이제스트사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김재성 교수의 재번역이 첫 번역서 보다 우수하다.

김재성 교수의 번역서에는 어느 저술이나 번역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타들이-예를 들면 78 각주의 년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리고 때로는 인물이나 지명에 대한 일관성 없는 듯해 보이는 번역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19페이지에서는 \'Montaigu\'를 \'몬테귀\' 대학으로 번역했으나, 146페이지에서는 동일한 학교 이름을 마치 16세기 말의 철학자인 몽떼녀(Montaigne)를 지칭하는 듯한 인상의 \'몽테뉴\'로 번역했다. 번역자는 135페이지에서 이미 그 철학자를 몽테뉴라고 번역했다. 다른 예는 159페이지에서 스트라쓰부르크 개혁가인 카피토 (Capito. 불어로는 Capiton)를 역주를 달면서 \'카피토\'라고 언급해 놓고 161페이지에서는 마치 다른 인물인 것처럼 \'카피통\'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것 보다 심각한 문제는 칼빈 저술의 연대와 관련한 번역이다. 명백한 오역으로 두 곳을 지적할 수 있다. 한 곳은 129페이지의 각주 2번에서 역자는 \'1559년 불어판 [강요]에서...\'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1559년에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불어로 번역출판되지 않았다. 역자는 \'1559년 판 (= 라틴판)의 불어역 (1560년에 출판됨)\' (영어역: We shall quote the Institutes from the French version of the edition of 1559;...)을 잘못 번역한 것 같다.

칼빈의 강요 출판 연대와 관련된 두번째 오역은 171페이지의 각주 113번이다. 거기서 역자는 \'1560년의 라틴어판은 보다 완벽하고, 또...\'라고 번역했다. 1560년에 칼빈의 기독교 강요 라틴판이 재판되었다는 기록을 칼빈저술 목록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오역은 한글 번역자의 실수가 아니라, 영어 번역자의 실수다. 여기에 해당되는 영어번역은 \'The Latin in the edition of 1560 is more exact, and bears more of the mark of the period in which it was written:...\'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불어 원문에는 \'Nous reproduisons ci-dessus la traduction de ce passage, telle qu\'elle figure dan l\'édition de 1560. Le texte latin est plus précis et porte davantage la marque de l\'époque où il fut rédigé: ...\'라고 되어 있다.  

이 원문의 구조를 한글로 번역한다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리가 이 위에서 제시한  이 구절에 대한 번역 (= 저자가 본문에서 불어로 인용한 부분)은 1560년 판 (= 불어 번역판)에서 표현한 것과 동일합니다. 라틴어 본문은 좀 더 정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록된 시대의 특징을 훨씬 더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한글 구조에 좀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약간 의역함.) 여기서 불어 원문과 영어 번역의 차이는 분명하다. 영문 번역자가 긴 두 원문을 짧게 줄여 번역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원저자의 의도는 자신이 1560년도 불어 번역판의 본문을 인용했는데, 그 본문의 1559년 판 라틴어 원문은 칼빈 자신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저술 특징까지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많은 수고에 비해 칭찬 보다는 욕을 먹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을 번역 소개하는 일은 좋은 일이며, 반드시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수를 좀더 줄이기 위해 - 특별히 그것이 엄밀성을 요구하는 학문적인 책일 경우에는 더욱 더 - 그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든지 아니면, 최종적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감수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할 경우 오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몇몇 오역에도 불구하고 김재성 교수에 의해 번역된 위의 책은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덜 책은 비록 약간 오래된 것이어서 칼빈과 관련하여 최근에 밝혀진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책을 능가할 만한 칼빈 개요서는 없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책이 단순히 칼빈을 소개하는 정도의 개요서가 아니라, 칼빈의 신학을 명쾌하게 분석한 뛰어난 학문적인 저술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칼빈의 생애와 칼빈의 신학을 양분해서 다루고 있으며, 특별히 칼빈의 신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신학자들로 방덜은 교부들 가운데 어거스틴과 칼빈 당대의 동료 개혁가들 중에는 루터와 부써를 상정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거스틴과 루터에 대해서는 익숙하겠지만, 부써 (영어와 불어명 Bucer = 독일명 Butzer 혹은 Bucer = 라틴명 Bucerus)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이다. 부써는 칼빈이 첫 제네바 개혁에서 실패하여 추방될 때, 스트라쓰부르크라는 당시 독일 남부의 자유제국도시에서 약 3년간 프랑스 난민들의 교회를 목회하게 되었는데, 그 때 칼빈을 스트라쓰부르크로 오도록 강요한 스트라쓰부르크의 종교개혁가이다. 방덜은 스트라쓰부르크 신학부 교수답게 자신의 전공 (16세기 스트라쓰부르크 종교개혁사 연구)을 살려, 부써신학과 칼빈 신학의 유사성과 차이점들을 비교 분석하고 있는 점은 다른 칼빈 저술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서 읽는다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