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 칼빈 연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제언 - 칼빈 연구 2차 자료들의 번역에 관하여




존 칼빈 (John Calvin, 1509-1564)은 개혁주의와 세계 교회를 위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위대한 종교개혁자이었다. 그의 영향력 아래 개혁주의적 신학 사상과 실천적 삶이 형성되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의 개혁주의 교회가 건설되었다고 볼 수 있다.


칼빈 연구에 대한 중요성은 오늘날 개혁주의 전통에 서 있는 모든 교회와 교육기관들이 공히 인정하는 바이다. 칼빈이라는 인물과 그 신학 사상에 대한  연구 자료는 아주 방대하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1900년대에 이르러 소위 ‘칼빈 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불타오른 결과로 그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타오른 연구에 대한 열정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인물이 바로 신정통주의 신학의 대표적 주창자이었던 스위스의 칼 바르트 (Karl Barth, 1886-1968)이었다. 그는 칼빈을 ‘거대한 원시림’, ‘힘차게 흐르는 폭포수’와 같은 용어를 동원하여 그를 격찬하는 칼빈의 추종자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칼빈에 대한 예찬과 애정 어린 학문적 관심은 무엇보다도 그의 <교회교의학> (Kirchliche Dogmatik)에 잘 드러나 있다.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전 4 권으로 구성된  대작 (opus magnum)에서 그는 칼빈을 누구보다 자유롭게, 빈번히, 그리고 상세하게 언급하면서 그가 종교개혁자로부터 받은 빚과 사상적 감동을 학문적으로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칼빈의 사상을 전적으로 이어 받거나 이를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오히려 헤겔의 변증법과 여러 다양한 철학적 사조들, 특히 그 당시에 유행하였던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면서 사실상 칼빈의 개혁주의적 교리들 가운데 핵심적인 것들 (예, 예정론, 신앙론 등)로부터 결별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그가 20세기 전반에 걸쳐 칼빈 연구에 대한 부흥의 불씨를 지핀 인물로서 평가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칼빈 연구는 사실상 바르트의 영향력 아래 주로 독일어권과 화란어권 (그리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불어권)에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칼빈에 대한 수많은 2차 자료들이 1900년대 초반과 중반에 발행되었지만 이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한국 교회와 한국 신학계에 소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대표적 2차 자료로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중요한 글들로는 다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 신학 구도의 헤르만 바우크 (Hermann Bauke, 1922), 예정론의 폴 야콥스 (Paul Jacobs, 1937), 구원론의 피터 부루너 (Peter Brunner, 1925)와 W. 콜프하우스 (W. Kolfhaus, 1939), 성령론의 베르너 크루쉬 (Werner Krusche, 1957). 물론 이 자료들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칼빈 연구가들 (특히 유럽대륙에서 수학하신 분들)에게 익숙한 자료들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자극 받아 영어권에서도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르러 에드워드 다우이 (Edward A. Dowey, Jr.)와 T. H. L. 파커 (T. H. L. Parker), 그리고 로날드 월레스 (Ronald S. Wallace) 등과 같은 탁월한 학자들의 주도 하에 활발한 연구활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 칼빈의 신학적 사고를 더 자세히 이해하기를 원하고 더 나아가서 20세기 칼빈 연구의 동향과 그 현실에 관해 궁금증을 지닌 ‘신학적 대중들’ (theological commons)에게 유럽 칼빈 연구의 결과물들은 여전히 생소하고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영역에 머물러 있음이 현실이다. 이런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먼저 개혁주의 학술원과 같은 연구기관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들을 2가지로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 저명 칼빈 학자들에게 독일어와 화란어로 발간된 칼빈 연구 2차 자료들 가운데 우리 교회와 신학계에서 활용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엄선하여 이 연구서들을 단계적으로 번역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이며 중장기적인 프로젝트와 이에 따르는 개 교회들의 지원과 예산확보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렇게 번역된 자료들이 국내 칼빈 연구 저변 확대를 위한 근간(source)이 될 수 있도록 이들을 여러 대학의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의 석박사 (M. Div., Th. M. & Ph. D.) 과정의 관련 과목들 (교회사, 조직신학 등)의 교재들로 선정하여 신학도들에 의해 실제로 읽혀질 수 있도록 제안한다. 이렇게 될 때 학생들이 자주 언급되는 외국의 관련 서적들을 직접 확인하고 칼빈 연구에 관하여 학문적으로 더 넓은 세계에 대하여 눈을 뜨게 되며 더욱 강한 학문적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 칼빈 연구의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실질적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번역작업과 이에 근거한 칼빈 연구 저변 확대를 통하여 더 많은 한국 교회의 신학도들과 신학적 대중들이 종교개혁자 칼빈과 그가 남긴 신학적 유산에 더 친숙해 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 신학계에 칼빈에 대한 더욱 많은 관심과 이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문적 열정이 더욱 불타오르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