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신학 50년


                                     - 개혁주의 교회건설과 개혁주의 세계건설 -


                                                                                                                 이환봉 교수 (고신대학교)




1946년 9월 20일 부산에 고려신학교를 설립한 후 어언 반 세기를 지나온 이 시점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겸허하게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21세기를 향한 개혁주의 교회건설과 개혁주의 세계건설을 위한 고신의 역사적인 사명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개혁주의 교회건설



1930년대 한국교회는 밖으로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와 안으로는 자유주의 신학의 도발로 인하여 최대의 혼란과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마침내 총회(제27회)가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여 가결하고 총회(제28회)의 인준을 받은 조선신학교는 점차 자유주의 신학을 확산해 갔다. 이러한 혼탁한 시대의 탁류 속에서 한상동 목사와 주남선 목사를 중심으로 하여 개혁주의 신학의 확립과 한국교회의 재건을 위하여 고려신학교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신앙의 변절자들은 자유주의 신학의 인본주의적 논리를 앞세우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총회의 교권을 장악한 후 개혁주의 신학의 파수와 교회의 회개와 개혁을 외치던 주의 종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교회 지도자들은 인본주의적 논리와 정치적 이권에 의한 이합집산으로 영적 분별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마침내 총회 교권주의자들은 총회에서 일방적으로 전권위원회(제35총회)와 특별위원회(제36총회)를 구성하고 아전인수격의 법조문 적용을 통하여 고려신학교를  지지하던 경남노회를 일방적으로 강제적 분할, 선별적 해벌 등의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고려신학교와의 관계단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고려신학교를 중심한 항의자들은 경남법통노회의 계승과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임의적인 법 적용을 통한 총회 전권위원회의 불법적인 처사들을 지적하고 장로교 헌법의 하회권을 무시한 일방적인 노회분할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국 총회 교권주의자들은 1951년 5월 고려신학교를 중심하여 개혁에 앞장 선 종들과 합법적인 항거를 한 경남노회를 총회 밖으로 추방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탄의 책략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자만과 교권이 주의 교회 안에서 끝까지 승리할 수는 없다. 교회는 주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왕이신 주님은 이 종들을 붙드시고 개혁주의 한국교회의 재건과 개혁의 길을 여신 것이다. 마침내 고려신학교의 지도자들을 중심한 경남노회가 1952년 10월 총노회를 발회하는 선포문을 통하여 개혁주의 신학에 기초한 한국교회의 재건을 선언한 것이 바로 고신교회의 시작이었다. 오늘날까지 고신교회를 이끌어 온 고신신학은 타락한 교회의 정화를 통하여 한국교회를 새롭게 재건하는 사명과 평양신학교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는 정통 개혁주의 신학의 교육을 통하여 교회의 참된 교역자를 양성하는 사명을 좇아 충성해 왔다. 특히 개혁주의 신앙의 전통과 생활의 순결을 새롭게 확립하고 파수하는 것이 교회를 위한 고신신학의 강조점과 특성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 우리가 계속 추구해야 할 고신교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현대교회는 새로운 인본주의적 논리와 더욱 교활한 교권주의에 의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늘 고신의 신학과 신앙이 과연 이전처럼 교회를 해치는 인본주의적인 교권주의와 거짓 신앙의 인간적 논리에 항거하여 오직 말씀에 대한 철저한 복종과 순교적인 헌신의 열정으로 교회를 개혁해 나가는 위치에 서있는지 아니면 침묵과 방관 속에서 개혁주의 교회건설을 위한 역사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혁주의 세계건설



고신신학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이다. 개혁주의는 개인과 교회의 구원론적 의미만을 갖는 편협한 종교적 체계가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 전 포괄적인 삶의 체계이다.  개혁주의 신앙과 사상이 개인과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이라는 확신은 개혁주의 신학자들 뿐 아니라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들 속에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따라서 개혁주의는 교회와 세상, 복음과 문화, 신앙과 생활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이원적 사상구조들을 배격하고 항상 모든 것을 한 분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 안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개혁주의 신학과 사상을 따라 박윤선 박사를 중심한 고려신학교의 지도자들은 미국 근본주의 신학이 복음과 문화를 이원적으로 구분하는 폐쇄적인 반문화주의로 흐른 나머지 주변사회와 문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던 것을 정확히 간파할 수 있는 분명한 역사의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려신학교를 통한 개혁주의 교회건설에만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칼빈학원의 설립(1955)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개혁주의 세계건설을 위한 유능한 기독교 인재들을 양성하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칼빈학원으로 부터 시작한 오늘의 고신대학교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지배하는 개혁주의 세계 곧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개혁주의적 고신신학의 이상과 열망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개혁주의를 주창하는 오늘 우리 교회 속에 유감스럽게도 지난날 미국의 신근본주의의 오류와 마찬가지로 자기 폐쇄적인 부정적 사고와 도피적 분리주의에 빠져서 반문화적 축소주의와 방법적 편협주의를 지향하려고 하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개혁주의의 풍요한 유산을 단순히 교회적 또는 신조적 체계 안에만 묶어 두려는 발상과 시도들을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 우리의 교회와 신학이 교회 그 자체의 이기적인 동기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들의 교회와만 관련하여 사유화하면서도 그리스도께서 전 세계의 주권자이시며 그의 왕국이 우주적인 차원을 갖고 있음을 실제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려고 하는 잘못에서 떠나야 한다.



사실상 고신신학은 한국의 어느 장로교회 보다 정통 개혁주의의 정신과 원리를 따라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문화 변혁자들의 양성에 앞장 서왔다. 고신대학교는 기독교대학으로서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들이 기독교적 학문연구에 기초한 기독교적 고등교육과 기독교적 문화창달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유능한 기독교적 인재를 양성하는 신앙과 학문의 공동체이다. 한국에 고신대학교처럼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비전으로 개혁주의 세계건설을 위한 기독교대학의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교육적 또는 학문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오는 대학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독교대학을 통해 배출되는 기독교적 인재들은 사회적 삶의 모든 현장에서 하나님의 일꾼과 참된 문화의 건설자들로서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목적 있는 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 고신교회는 장성한 개혁주의 교회로서 개혁주의 세계건설을 위한 문화적 사명을 수행하는 이러한 기독교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도구와 종으로서의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길이요 개혁주의 신학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은 교회의 머리이자 동시에 우주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실제적으로 확장해 가는 구체적인 순종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고신신학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오늘날 교회 안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인본주의적인 교권주의와 반문화적인 축소주의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개혁주의 교회건설과 영광스러운 개혁주의 세계건설을 위한 모든 고신인의 역사적인 개혁의 사명을 새롭게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