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심방의 이유와 목적

심방은 목회의 필수 요소다. 즉 목회에서 결코 빠질 수 없고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심방이다. 왜냐하면 심방의 궁극적인 목적이 성도를 구원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방을 단순히 인간적인 위로 차원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심방이란 성도가 신앙의 정도를 잘 가고 있는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이 문제는 어떤 성경의 원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는 것인지 세세하게 살피는 목회 사역의 핵심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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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f]-->16세기 제네바교회의 환자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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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방은 16세기 종교개혁시대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심방은 교회와 교인들을 영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스위스 도시 제네바는 1541년에 제네바교회법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환자심방과 수감자심방에 관한 규정도 있는데, 이 규정들은 1561년에 수정된 새로운 교회법에서도 전혀 첨삭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제네바교회법은 환자심방의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투병 중에 있는 동안 하나님 안에서 말씀으로 위로받기를 거부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사람에게 훨씬 더 유익한 순간에 권면이나 가르침 없이 죽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네바교회법에 따르면, 환자심방의 목적은 투병 중인 환자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는 것이요,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권면과 가르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환자심방이란 ‘환자에게 필요한 영적인 유익을 공급하는 것’이다. 제네바교회법의 환자심방규정은 사람이 병을 앓게 되면 마음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고 믿음도 약해진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한다. 그래서 반드시 장기적인 투병 전에 심방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그것은 환자가 심방 없이 3일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반드시 그 전에 목사에게 심방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심방 시간 약속은 목사의 공적 업무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져야 한다. 예컨대, 제네바 도시의 모든 목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치리회와 목사회 등과 같이 공적으로 정해져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환자의 친척이나 친구나 후견인 가운데 누구든지 반드시 환자의 병세가 악화되기 전에 심방을 요청해야 한다. 왜냐하면 병세가 악화된 상태에서는 어떤 위로도 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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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f]-->오늘날 한국교회의 환자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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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가 초기부터 심방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으나, 교회헌법에서 심방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늘날 심방이란 대체로 정기적인 ‘대심방’ 혹은 ‘구역심방’을 의미하며 도시교회일수록, 대형교회일수록 무시되는 반면에, 시골교회일수록, 소형교회일수록 여전히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환자심방만큼은 대부분의 교회가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편이지만, 장기적인 환자일 경우에는 소홀해지기도 한다.

     병이 들면 누구나 작아진다. 그리고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병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낫지 않으면 어떡하지?’ ‘혹 불치병은 아닐까?’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지?’ 등등. 심신의 연약함은 자연스럽게 믿음의 연약함으로 나타난다. ‘과연 하나님이 계실까?’ ‘내 믿음은 진짜일까?’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실까?’ ‘사랑하신다면 내가 외 이 지경이지?’ 등등.

     그렇지만 환자를 심방할 때 무조건 듣기에 좋은 말만이 능사는 아니다. 항상 성령의 내밀한 역사를 의지하면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력하게 말씀으로 위로하고 권면하되 확고부동한 구원의 믿음으로 복음의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때론 성도 가족 가운데 불신환자를 심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분명 전도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긴 하겠지만, 심방이라 보기는 어렵다.

     환자가 낫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그것이 환자심방의 목적은 아니다. 환자심방의 최대 목표는 질병으로 연약해진 환자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이것은 그가 평상시 얼마나 믿음으로 잘 훈련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평상시 기복적인 신앙으로 산 사람은 병석에서도 오직 질병이 낫는 것만이 하나님께 은혜요,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병석에서 이런 생각을 고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성령의 기적적인 능력으로 병석에서 구원의 은혜를 새롭게 경험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신자는 세상의 모든 질병이 타락과 죄악의 파생물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모든 질병이 죄로부터 온다는 사실은 아무도 교만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참된 신앙인을 더욱 겸손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아니고서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질병은 자연현상이다. 스스로 우리 몸을 관리하지 않아서, 부주의해서 걸리기도 하고 심각한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병균에 감염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질병으로 연약해진 영혼에게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하다. 병든 신자에게는 무엇보다도 하늘의 위로와 힘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환자심방이란 이와 같은 하늘의 위로와 힘을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하늘의 위로와 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온다.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말씀을 공급하기 위해 목사는 심방 전에 반드시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하겠지만, 가능하면 환자의 심리 상태와 신앙 자세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병으로 연약해진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 심방의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심방은 성도를 영적으로 세밀하게 돌보는 훌륭한 수단이다. 특별히 환자심방은 환자에게 구원에 대한 확신과 하나님을 의지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자가 질병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믿음뿐이다. 즉 그 질병으로 인해 살든지 죽든지 생명의 주님을 의지하고 십자가를 바라보는 믿음만이 인생 최고의 위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 판에 새길 수 있도록 권면하는 것, 이것이 환자심방의 백미다. 환자의 영혼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밀하게 살피지 않고서는 심방의 목적을 완수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성찬을 베푸는 심방도 겸해야 한다. 성찬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땅에 있는 그분의 몸이 교회가 하나임으로 경험하는 신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결석하는 환자에게 찾아가 성찬을 시행하는 일은 비록 그의 몸은 떨어져 있지만 그의 영혼은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을 통해 교회의 다른 지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글은 "개혁정론"의 기획기사로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