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개혁과 성공한 개혁
이환봉 교수(고신대)
“개혁”(改革)은 우리 시대의 국가와 교회가 안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요, 우리 사회의 최대의 화두가 되어있다. 국가적으로 과거의 YS정부가 표방한 “문민개혁”은 초기에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았고 “개혁”이라는 말은 국민적 일상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그 후 노동법 개정 문제, 한보 문제, 몸통과 깃털 문제 등과 더불어 결국 IMF사태로 개혁은 완성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실망한 국민들은 심지어 군사정권에 대한 왜곡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개혁을 표방했던 세력들로부터 민심이 떠나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DJ정부의 개혁도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고,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전과 유사한 징후와 조짐들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은 인간은 역사로부터 참으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 역사의 불행과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수많은 개혁운동이 실패로 끝나고 열매를 맺을 수 없었던가? 역사 비평가들은 실패한 개혁운동의 이유들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로 기득권 층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적인 반개혁세력이 파당적 반대와 대결, 집요한 회유와 속임수, 집단적인 무력을 동원하여 개혁세력을 굴복 또는 좌초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개혁세력의 튼튼한 연대와 끈끈한 결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로 개혁주체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이념과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약성 때문에 오래지않아 개혁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개혁정책은 변질되고, 결국 개혁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에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따라서 어떤 방향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개혁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로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의 도덕성과 헌신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혁의 성공은 개혁주체들의 도덕성이 확립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개혁의 힘과 윤리가 융합되고 백성들을 위한 희생적인 헌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확신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항상 애국의 열정으로 불타던 느헤미야를 선택하시고 유대민족에게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단 한번의 비상한 개혁의 기회를 허락하셨다. 그러나 유다의 회복을 위한 느헤미아의 성공한 개혁운동도 이러한 세 가지 암초에 직면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느헤미아는 반개혁세력들로부터의 경멸(느2:19)과 조롱(느4:1-3), 그리고 음모(느4:7-8)와 유혹(느6:1-3)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그는 확고한 믿음과 예리한 분별력으로 일체의 타협을 용납하지 않았다.
또한 느헤미아는 개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였다. 그는 평소에 깊은 관심(느1:2)과 사흘간의 엄밀한 사전답사(느2:11-16)를 통하여 예루살렘 성벽의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신중한 계획(느5:7)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그 계획을 따라 주도면밀하게 성벽재건의 사역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느헤미아는 유다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부정부패를 척결하므로 백성들의 도덕성과 헌신을 확립하였다. 가난한 백성들로부터 고리대금을 일삼던 고위층 인사들(느5:6-13)과 뇌물을 받고 적과 내통한 한 제사장(느6:10-14) 그리고 이방여인과 혼인한 유대인(느13:23-26)의 죄악들을 단호히 응징하고 유다를 하나님 앞에서 깨끗하고 정직하며 정의로운 나라로 재건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의 개혁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다. 개혁의 성공여부는 하나님께 속한 일로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것은 아니다. 느헤미아는 유다의 개혁이 오직 하나님께서 이루신 승리의 역사임을 굳게 믿었다(느2:8, 2:12, 4:20). 그래서 모든 일을 마친 후에 “이 역사를 우리 하나님이 이루신 것을 앎이니라”(느6:16)고 노래한 것이다.
오늘 우리 교단의 개혁도 역시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어 주셔야만 성공할 수 있다. 교회는 반복되는 타락과 분열의 위기에 직면하여 항상 갱신과 일치를 향한 새로운 개혁을 추구해왔다. 교회의 역사는 개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말씀”(Sola Scriptura)의 원리에 근거하여 “교회는 개혁되어왔기 때문에 항상 개혁되어져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quia reformata)고 하였다.
이처럼 개혁은 교회의 지속적인 과업이요 바로 오늘 이 시대에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밝아오는 새해를 바라보면서 다함께 우리 교단과 교회의 성공한 개혁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다시 힘있게 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기독교보 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