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의 구약 성경 해석 방법

[기독교보 2009-05-20 16:42:10]조회 : 77

 

 기동연 교수/구약학

 

가장 위대한 신학자들 중에 한 명인 칼빈의 신학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기독교 강요에 잘 표현되어 있다. 기독교 강요는 교회를 위한 신학 교과서로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기독교 강요에 더하여 칼빈은 또 다른 중요한 신앙의 유물을 교회에 남겨 주었다. 바로 그의 신구약 주석 책들이다. 칼빈의 주석 책들은 그의 신학을 연구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성경을 해석하고 설교해야 하는 목회자들에게 바람직한 성경 해석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

 

1. 성경의 영감론과 인문주의 학자들의 영향

 

칼빈은 인간은 오직 성경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바르게 알 수 있고 구원받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통하여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의 성경 영감론은 결코 기계적 영감론이 아니고 유기적 영감론이다. 칼빈은 성령께서 성경을 기록할 때 성경 기록자의 지적인 능력과 개인적인 성격과 문화적 배경을 사용하였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약 성경 기록자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당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입각하여 구약을 해석해야 된다.

 

칼빈의 성경 해석 방법은 그가 대학 시절에 접한 인문주의자들의 고전 연구 방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칼빈은 1528년 경에 오를레앙과 부르제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된다. 칼빈 시대의 법학자들은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문주의 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본문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과 본문의 문학적 특징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칼빈도 이런 영향을 받았고, 이를 성경 해석에 적용하고 있다.

 

2. 신약의 가이드

 

칼빈은 구약의 메시지를 이해할 때에는 신약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칼빈은 예수님과 사도들이 구약 성경을 인용할 때 사용한 해석 방법론을 따른다. 즉 칼빈은 사도들의 예표론적 해석과 그리스도의 본질적 포괄적 해석을 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칼빈에 의하면 구약 해석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고, 이를 놓치면 참된 진리에 도달하지 못한다. 칼빈이 그리스도를 찾는 구약 성경은 주로 신약 성경에서 예수님과 사도들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그리스도와 연결시켰던 본문들과 초대 교회 때부터 기독론의 관점에서 해석 했던 본문들이다. 하지만 칼빈은 이런 본문들을 주석가들이 메시아 본문으로 당연한 듯이 해석하는 안이한 태도를 비판한다.

 

3. 칼빈의 구약 성경 해석

 

칼빈의 주석 원칙은 간단 명료성이다. 칼빈은 멜랑크톤처럼 성경 본문의 특정한 이슈에 집중하면 전반적인 본문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부처처럼 박학다식한 사람들이 늘어놓은 장황한 설명은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거나 평범한 독자들이 본문의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칼빈은 많은 주석가들이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석상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본문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히브리어 어원, 문법, 유대인 주석가들의 견해, 문법적 배경,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고려 했다.

 

칼빈은 단어의 의미를 결정할 때 어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어원의 기원을 하나님께 돌렸다. 그리고 칼빈은 각 단어의 의미를 구문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였고, 결과적으로 본문을 번역하고 해석할 때 히브리어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해석이 히브리어 문법에 비추어 문제가 있는 경우 문법에 맞게 해석하거나 둘을 적절하게 조화한 해석을 제시하였다. 칼빈은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 종종 유대인 주석가들의 해석을 따른다. 그 이유는 유대인 랍비들을 히브리어의 대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빈은 유대인 주석가들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해석을 배격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메시아 예언으로 여기는 본문에 대해 유대인 주석가들이 다른 해석을 제시하면, 칼빈은 이들의 주장을 특별히 강력하게 논박하곤 한다.

 

칼빈은 한 단어를 해석할 때 그 단어의 전후 문맥을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용례를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에서 확인하여 의미를 확정하였다. 용례를 살필 때 칼빈은 동일한 단어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반의어의 용례까지 살펴 그 의미를 밝히려 하였다. 이 같은 칼빈의 해석 방식을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개혁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성경 해석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칼빈이 문맥을 강조한 이유는 문맥을 떠나 임의로 본문의 의미를 일반화하여 성도들에게 말씀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그릇된 적용을 하는 것을 막는데 있었다.

 

칼빈은 본문이 처음 기록된 시대적 배경과 오리지널 청중을 고려하며 해석하였다. 그는 스가랴 1:11 주석에서 세가지를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 선지자의 의도에 주목할 것, b) 그 시대의 상황을 고려할 것, 그리고 c) 사인과 사인의 의도 사이의 유사성을 살필 것. ‘그 시대의 상황’이란 바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칼빈은 과거 역사 속에 성취된 선지자의 예언을 알레고리나 모형론적으로 해석하여 신약 교회에 적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역사적 배경과 관련하여 칼빈은 과거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옛 백성들에게 일어난 것을 진실되게 교회의 성도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상으로 해석하여 교회에서 가르치는 자를 칼빈은 베드로전서 2:1의 거짓 선생과 구약의 거짓 선지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글을 맺으면서

 

칼빈의 성경 해석 방법론을 살피면서 현대의 설교가들이 설교 준비를 너무 소홀하게 한다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성경 연구를 위한 도구들이 턱없이 빈약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칼빈은 놀라운 주석과 설교를 하였다. 반면에 우리는 너무 좋은 성경 해석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그리고 게으름에 쫓기느라 성경을 바르게 연구하고 설교하지 못하고 있다. 칼빈만큼 주석하고 설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그를 본받으려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