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간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마 6:13)

 

주기도문의 후반부는 인간의 필요를 위한 “매일의 양식”과 “매일의 용서” 그리고 “매일의 보호”를 간구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주기도가 용서를 위한 간구만으로 끝난다면 사탄은 곧 다시 우리를 새로운 죄악으로 묶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네 죄사함을 받았느니라”는 말씀 다음에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또 다시 범죄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으로부터 우리의 영혼과 삶을 보호하시기 위해서 이 마지막 간구를 가르치신다.

 

예수님은 주기도문에서 이 “시험”이란 말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셨는가? 이 마지막 간구에 언급된 “시험”은 신앙의 연단을 위한 일반적인 시험(test, 약1:2~3, 고전10:13, 신13:3)을 뜻하기보다는 악을 행하도록 유혹하는 사탄에 의한 파괴적인 시험(temptation, 약1:13)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기도문 본문과 동일한 형식으로 “시험에 들지 않도록 기도하라” (마26:41,막14:38, 눅22:40,46)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계속되었던 메시야적 사역을 방해하려던 사탄의 유혹(마4:1~11, 16:22~23, 22:3~6)을 염두에 두고서 하신 말씀이다.

또한 이 마지막 간구의 후렴으로 나타난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에서 “악”은 추상적인 악의 세력을 가리키기보다는 앞 절의 “시험”과 관련하여 볼 때 정확히 “그 악한 자” 곧 모든 악의 원인자인 사탄을 가리키고 있다(마13:19, 막4:15, 요일5:18). 특히 이 “시험”이라는 단어가 복음서에서는 한결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대적하는 원수 마귀의 사역과 관련되어 나타나거나 또는 예수님을 대적하던 당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과 관련해서 사용되었다(마16:1, 19:3, 막8:11,10:2, 눅11:16).

이러한 사실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이름의 거룩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 그리고 하나님의 뜻의 실현을 위해서 당하는 모든 외적인 핍박과 환난과 유혹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종들이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원수 마귀는 여러 방면을 통하여 더욱 격렬한 시험을 가해 왔으며, 이것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임박한 종말의 심판을 앞두고 사탄은 더욱더 맹렬하게 적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들 그리고 돈과 명예 등을 통하여 믿는 자들을 시험하고 믿음에서 떠나도록 유혹하고 있다(막13:22, 요일2:22~26, 딤후3:1~4, 벧후2:1, 12~22).

 

그러면 이 마지막 간구는 사탄으로부터 오는 모든 시험을 완전히 피하고 모면하기 위한 기도인가? 물론 우리는 스스로 사탄에게 유혹당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함으로 시험을 무모하게 자초하거나 시험에 전혀 대비하지 않는 안일과 방종에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 항상 깨어있어 시험에 들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한 우리의 연약함을 알고 혹독하고도 돌연한 시험을 가능한 당하지 않도록 항상 대비하여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마귀의 시험을 회피 또는 거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시험들에 정면으로 직면하여 항상 물리치셨다.

악한 세상에서 연약한 죄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시험을 다 면할 수 없다(고전10:13). 특히 오늘 이 시대는 “그 때에 많은 사람이 시험에 빠져 서로 잡아주고 서로 미워하겠으며”(마24:10)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탄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시험이 항상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예수님이 이 마지막 간구를 가르치신 것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시험을 만난다 할지라도 그 사탄의 시험에 떨어져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거나 배교하지 않고 오히려 항상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요17:11,15). 다시 말하면 이 간구는 시험으로부터의 회피와 보존을 위한 기도라기보다는 오히려 시험 안에서의 승리와 보존을 위한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마지막 간구와 더불어 우리의 삶과 인격 속에 파고 들어와 유혹하고 공격하는 사탄의 역사를 항상 깨어있어 경계할 뿐만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이미 사탄의 세력을 근본적으로 분쇄하시고 오늘 우리 안에 승리의 주로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매일 영광스러운 승리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