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성령의 내적증거

두 아디라 성의 자주 장사로서 하나님을 공경하는 루디아라 하는

한 여자가 들었는데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청종하게 하신지라

(행 16:14)

 

 법정에서의 증인의 증거는 사건과 문제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재판의 과정에서 증인의 인격이 의심을 받을 때 그 증거는 힘을 잃고 거부당할 것이다(잠 21:28). 정신병자의 거짓 증거는 아무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증거가 되려면 먼저 그 증인의 신분이 믿을만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실을 증거하실 때 그 증거는 항상 진실하며 흠잡을 데가 없다. 성령하나님의 증거는 완전한 인격과 지식의 원천 그리고 최고의 권위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증거이기 때문에 영원히 완전하며 참되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성경이 자체의 신적 권위에 대한 명확하고도 합당한 표징을 나타내 보여주고 그 신적 기원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을지라도, 그 증거가 성령의 내적 증거에 의하여 우리 마음에 인(印)쳐지기 전에는 우리를 충분히 납득시키거나 우리에게 확신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가르쳤다(기독교강요 제1권 1장 71~72절). 여기서 칼빈은 증거와 납득의 차이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성경의 진리에 대한 객관적이며 압도적인 증거를 제공할지라도, 사람들이 그 증거를 믿고 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증거들의 진실을 충분히 납득하고 확신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성령 하나님의 내적 증거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웨스트민스터대요리문답 제 4문답).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꿰뚫고 들어오셔서 우리를 완전히 설복시키실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성령 하나님께서 이러한 내적 증거를 통하여 결코 우리에게 성경에 없는 신비로운 비밀과 새로운 계시를 주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령 하나님은 우리의 심령에 역사하사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우리의 거역을 꺾으시고 다만 성경에 이미 완전하게 주어져 있는 그 객관적 진리의 신적 권위를 확인시켜 주신다. 그리고 우리를 감동하사 하나님의 말씀의 분명한 가르침에 완전히 굴복하게 하시고 항상 뜨거운 확신 속에 그 진리를 굳게 붙들게 하신다.

  성령의 내적 증거는 ‘성경 없이’(sine Verbo) 인간의 개인적 감정을 절대적 권위로 옷 입히는 신비주의로 비약하거나 주관주의로 도피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우리의 심령에 대한 성령의 신적 증거와 우리 자신의 심령에 의한 인간적 증거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성령의 증거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것이다. 성령의 내적 증거는 항상 ‘말씀과 더불어’(cum Verbo) 그리고 ‘말씀을 통하여’(per Verbum) 우리에게 온다.

성경 말씀을 떠나거나 성경 말씀 없이는 결코 성령의 내적 증거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말씀은 성령을 동반하며 성령은 말씀을 동반하기에 그 말씀은 항상 어디서나 능력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 역사하는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자신의 말씀을 확신케 하심으로 친히 우리의 영으로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거(롬 8:16)하시는 것처럼, 성령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내적으로 확신하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