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해석

                       "나로 깨닫게 하소서 내가 주의 법을 준행하며 전심으로 지키리이다"(시119: 34)

   어떤 기록된 문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석되어져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해야할 중요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평신도일지라도 진지한 구도(求道)의 자세로 성령의 인도 아래 성경을 읽을 때, 구원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은 교회나 성직자의 도움 없이 자기 힘만으로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경의 명료성에 의하여 성경에 대한 개인의 해석과정이 불필요하다거나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주석과 설명이 전혀 필요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성경의 모든 부분이 항상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며(벧후3:15-16), 성경에 때로는 깊은 의미를 가진 난해한 구절도 많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깊고 명확한 성경 지식을 교회에 가르치는 직무(고전12:28, 엡4:11)를 부여받은 전문적인 성경 주석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성경에 나타난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딤후2:15)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해석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성경 해석의 기본적인 원리들을 필요로 한다.

   1)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 성경해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은 성경 그 자체의 해석자이다”는 원리이다. 이 원리는 모든 성경(66권)은 한 분의 저자 성령 하나님의 책으로써 유기적 통일성과 상호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있다. 성경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오히려 한 구절이 다른 구절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성경의 올바르고 완전한 의미에 대한 의문이 있을 때, 그 의미는 보다 더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는 다른 성경구절들에 의해 조명되고 이해되어야 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장 9절). 이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관주성경(觀主聖經)에 나타난 병행구절들을 비교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암시적인 본문은 항상 명시적인 본문에 비추어서 해석되어야만 하고, 이와 반대의 경우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는 원리는 종종 “성경의 유추” 또는 “신앙의 유추”라고 명명해 왔다.

   2) 성경은 문맥을 따라 해석해야 한다. 문맥 즉 글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 전체의 목적 또는 각 성경의 기록 목적과 의도를 알아야 한다. 파악된 그 문맥 속에서 각 문장과 단어의 가장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일반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성경 기록에 사용된 모든 문학적 형식은 그 형식들을 지배하는 원리들을 따라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시는 시로서, 역사적 기록은 역사로서, 비유는 비유로서 취급되어져야 한다. 이것은 시나 상징적인 부분을 역사적인 서술이나 교리적인 구절과 동일한 방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성경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성경은 그 본문의 역사적 배경과 저자의 문화적 관습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경 당시의 세계와 역사로 돌아가서 그 시대에 주어진 그 말씀의 본래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신구약 성경의 배경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성경 본문은 에덴에서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절정에 도달한 하나님의 계시의 점진적 전개 과정 중에 어느 특정한 한 시대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한 성경 본문은 그 본문이 위치한 바로 그 시대의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조명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출애굽 사건의 본문은 구약 족장 시대의 언약 성취의 관점에서 해석할 때 비로소 그 본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4) 성경을 오늘 나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앞서 말한 기본원리들을 통하여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의 광맥으로부터 캐내어진 그 말씀의 불변적인 뜻이 오늘날 우리 시대의 교회와 나 자신의 삶에 대하여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옳게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성경의 어떤 인물과 단체가 처하여 있던 특수한 정황에 적용되어지고 또한 그 정황에 의해 설명되어진 하나님의 불변적인 진리를 오늘 우리 자신의 삶의 구체적인 정황 속에 재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께서 오늘 이 시간에 성경 속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를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시야는 성전에서 발견된 율법 책을 읽는 가운데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아니한 옛 유다 조상들의 불순종으로 인하여 자신들에게 임할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를 깨닫고 회개하여 돌이킬 수 있었다(왕하22:8-13).

   우리는 성경을 인간적인 욕망과 편견에 따라 사사로이 또는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어리석고 무식한 자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벧후1:20. 3:15-16). 광야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유혹하기 위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성경을 인용하였던 사탄의 그 오래된 수법은 오늘도 여러 이단들을 통하여 교회와 개인 속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마4:1-11). 따라서 성령으로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성경 해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 하나님의 인도와 도우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고전2:12-15)을 영적으로 온전히 분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