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무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8)

  성경의 신적 영감의 범위가 성경의 전체(완전 영감)와 단어의 선택(축자 영감)에 까지 미쳤기 때문에 성경의 모든 가르침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신적 권위와 무오성(無誤性, inerrancy)을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은 그것이 다루는 모든 문제에 있어 언제나 확실하고 완전하며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성경은 어떤 인간적인 허위와 기만 그리고 오류가 전혀 없어 참되다는 것을 믿는다. 물론 성경이 완전 무오하다는 것은 영감을 받은 저자들의 최초의 자필 원고인 성경의 원본(autograph)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그 원본은 사라졌으나 원본의 원문(original text)은 하나님의 비상한 보호와 섭리에 의해 순정하게 보존되어 왔고, 성경의 사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최초의 원문을 충분히 복원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에서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바로 그 정확무오한 진리의 말씀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경의 무오성은 바로 예수님 자신의 견해요, 사도들과 교부들의 주장이었으며, 종교 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신조서들 속에 일관성 있게 증거되어온 교회의 역사적 신앙이었다. 그러나 신학적 자유주의자들은 성경을 단순한 인간의 종교적 경험의 산물과 인간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한 역사적 고대문서로만 생각하였다. 이것은 성경의 무오에 대한 명백하고도 공개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성경 무오성에 대한 공격은 소위 성경의 영감과 신적 권위를 인정한다고 하는 복음주의자들 속에서도 매우 미묘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발전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성경의 완전 무오(plenary inerrancy)를 말하지 않고서도 성경의 영감과 신적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자면 성경의 구원역사와 교리에 관한 가르침만이 영감된 무오한 진리이며, 성경의 역사적, 지리적, 과학적 가르침들은 인간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성경의 제한 무오(limited inerrancy)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경의 제한 무오에 대한 주장은 성경적으로 또한 신학적으로도 타당하지 못하다. 많은 구약 성경 구절들 속에서 선지자들은 자신들의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하나님의 무오한 말씀이라는 것을 확신 있게 증거하고 있다(출 4;10-16, 31:18, 32:16, 사 34:16, 시 19:7-11, 렘 1:7, 암 3:1, 미 3:8). 신약 성경에서 사도들도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구약 성경의 신적 권위를 인정하였고, 자신들의 기록을 구약과 동일 선상에 두고서 그 영감과 무오성에 대한 분명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벧후 1:20-21, 3:15-16, 딤후 3:16, 딤전 5:18). 특히 예수님은 모든 구약 성경의 정확무오성과 영원성을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8)는 말씀으로 확증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 기록에 유기적으로 반영된 인간 저자의 내적 인간성(저자의 성격과 기질, 은사와 재능, 교육과 교양, 용어와 문체 등)이 성경의 유오성을 필연적으로 내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이 그의 유죄성을 필연적으로 내포하지 않는 것처럼, 성경의 인간성이 필연적으로 성경의 유오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인간의 속죄와 구원 즉 구속사적 동기에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의 성문화 즉 하나님의 계시가 종의 형체를 입고 낮아져 인간의 말로 기록됨도 인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은총의 동기에 있음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그러한 성경의 인간성을 빙자하여 성경의 무오한 신적 권위를 짓밟는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큰 반발인가!

  성경의 병행구절과 신약의 구약인용에 나타난 차이점과 같은 성경의 현상적인 문제들에 직면할지라도 대부분 성경적인 조화와 설명이 가능하다. 설혹 그 모든 경우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 할지라도 파괴적인 성경비평가들처럼 “이것이 바로 오류이다”라고 외치거나 또는 인위적인 조화를 위해 부당한 조정자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성경이 침묵할 때 우리도 겸손히 침묵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무오를 신실하신 하나님의 인격에 대한 신뢰와 함께 끝까지 믿고 지켜야 한다. 또한 성경이 시간성과 문화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성경의 현상적 문제들을 오늘 우리 시대의 문화, 언어, 사상, 과학 등의 표준으로 척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만일 이러한 인위적인 표준으로 성경을 판단할 때 성경에 많은 오류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오류는 성경 자체의 오류가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잘못된 표준이 조작해 낸 오류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현대 전문술어의 정밀성이 없고, 문자나 철자법이 불규칙하고, 자연을 나타나 보이는 그대로 기술하고, 허위를 허위의 사실 그대로 보도하고, 과장법과 어림수를 사용하고, 자료를 주제별로 배열하고, 병행기록에 있어서 자료를 다양하게 선택하고, 혹은 인용을 자유롭게 하는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성경무오가 부정됨을 부인한다.”(국제 성경무오 협회의 ‘시카고 성경무오 성명’ 제13조) 우리가 이러한 전통적인 성경의 권위와 무오를 파수하려는 것은 다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그 자체의 요구와 가르침에 겸손히 경청하고 승복하려는 우리의 성경적 신앙의 열심에 의한 것이다.

  만일 성경의 완전 무오성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제한되고 무시되거나 혹은 성경이 전적인 진리라고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 성경의 권위는 필연적으로 손상을 당하게 되며, 그 대신에 성경은 인간의 비판적 추론이 요구하는 대로 그 내용을 마음대로 삭감할 수 있는 것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탈선은 개인과 교회에 심각한 혼란과 손실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거듭 천명해야 할 주장은 성경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하나님 자신의 말씀이므로 절대적인 신적 권위를 가지고 동시에 정확무오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