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그리스도의 위격의 통일성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요 1:14) 

 

 위격(位格)의 통일성은 예수의 한 위격 안에 존재하는 두 본질 즉 신성과 인성의 관계에 대한 문제로서 기독론의 가장 중요한 교리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의 연합(통일성)이 부정되면 구원론이 와해되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실제적인 대속의 죽음이 우리에게 유효한 것은 인간 예수의 사역에 의한 것이요, 동시에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에 무한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하나님이신 그리스도의 사역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죽음이 이처럼 연합된 신인의 사역이 아니라면 그것은 부족한 구원의 사역으로서 사실상 우리의 구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연합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으나,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실과 교훈으로부터 예수님은 인성과 신성 모두를 전제하는 연합된 위격으로 계시는 것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1) 삼위일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성경에서 복수형으로 언급 (창 1:26, 3:22, 11:7, 시 2:7)되기도 하였으나, 예수님은 언제나 스스로를 단수형으로 언급하신다(요 17:21~22).

 (2)성경에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 모두를 암시한 언급들이 있으나 그것은 항상 한 실체만을 지칭하고 있다(요 1:14, 갈 4:4, 딤전 3:16).

 (3)성경은 예수님의 사역이 인간(인성)과 하나님(신성)으로 각자 분리된 두 사역이 아니고 언제나 통일된 한 실체의 사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요일 4:2, 4:15, 5:5).

 (4)성경은 인간으로서 예수님의 활동을 언급할 때 신의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고전 2:8, 골 1:13~14).

 (5) "인자"의 칭호가 예수님의 하늘의 신분을 지적하는 단락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요 3:13,6:62).

 이러한 교훈은 교회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성과 인성을 가지고 계셨지만, 동시에 한 위격으로 계신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게 한다.

 

 신성과 인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위격 안에 연합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는 교회에서 점차적으로 발전되어 주후 451년 칼케돈 공의회 때에 가서야 그 마지막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한 위격 안에서의 두 본질의 관계에 대한 이단적인 주장들이 교회 안에 격렬한 교리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 중에 네스토리우스주의(Nestorianism)는 주후 428년 콘스탄티노플의 감독이었던 네스토리우스(Nestorius)를 추종하던 이단 운동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한 위격이 아니라 한 몸 안에 각기 독립된 두 위격으로 계신다고 주장하였다. 네스토리우스 자신은 직접 명시적으로 그리스도의 위격의 분리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교회 정치의 갈등 속에서 그의 견해는 결국 신인 양성의 분리를 주도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그리고 유티키안주의(Eutychianism)는 콘스탄티노플 수도원장이었던 유티케스(Eutychess, 378~454)를 추종하였던 이단운동으로서 성육신 이후에 그리스도의 인성이 신성 안으로 흡수 혼합되어서 제 3의 한 본질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그리스도는 사실상 진정한 하나님도 진정한 인간도 아닌 제 3의 존재이다. 만일 그러하다면 그리스도는 인간으로서 우리를 대신하실 수도, 참 하나님으로서 우리를 구원하실 수도 없으시다.

 

 그후 교회는 주후 451년 칼케돈(Chalcedon) 공의회에서 유티커스의 단성론을 정죄하고 그리스도의 양성교리를 확립한 니케아신경을 승인하여 기독론을 다름과 같이 확립하여 선포하였다. "그는 혼합없이, 변화없이, 분할없이, 분리없이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계시다. 그러나 성격들의 구분은 그들의 연합을 통해 소멸되지 않았으며 두 성격의 원형들은 보존되어 하나의 위격과 본체를 형성하였으니 두 위격으로 분리되고 나누워진 것이 아니라 한 분이시며 동일하신 성자이시자 하나님의 동생자 진리의 말씀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 선언은 네스트리우스주의와 유티키안주의의 이단설을 동시에 배격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서 두 본질의 혼합없는 그리고 분이 없는 연합을 성경적으로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