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이 모든 일의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가라사대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마 1:22~23) 

 

  그리스도의 생애 중에 십자가와 부활 다음으로 우리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사건은 동정녀 탄생이다. 동정녀 탄생의 성경적 증거는 마태복음 1:18~25과 누가복음 1:26~38에 나타나 있다. 서로 독립적인 서술이지만 두 본문은 상호 보완적으로 조화있게 예수의 탄생을 기적적인 잉태의 결과로 보도하고 있다. 즉 마리아는 부부관계에 의한 것이 아닌 성령의 창조적 사역에 의해 기적적으로 잉태하게 된 것이다(마 1:20, 눅 1:35). 이처럼 명백한 성경의 증거들을 부정함은 성경의 권위에 대한 실제적인 부정이 되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성경의 다른 교리도 모두 믿을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사실상 동정녀 탄생은 예수에 관한 여러 신약 메세지의 내용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예수께서 친히 기적을 행하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셨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그가 기적적으로  이 세상 속에 들어 오셨다는 사실을 주장함에 그 어떤 어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예수님이 부활과 승천에 의하여 초자연적으로 세상을 떠나가셨다는 사실은 동시에 그의 초자연적인 방법에 의한 재림을 자연스럽게 당연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동정녀 탄생의 교리는 1세기부터 교회안에 널리 확인된 사실로서 그대로 인정되어 왔고, 2세기 경에 사용된 초기 형태의 사도신경에서도 이 교리를 분명히 고백한 것은 그 교리의 실제성에 대한 유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의 여러 기적들을 부정하기 전 까지만 해도 이 동정녀 탄생의 사실을 전혀 의심없이 받아들여 왔다.

 

 물론 전능하신 하나님은 동정녀 탄생의 방식을 떠나서도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가능케 하실 수 있었고, 또한 예수의 무죄한 인성도 가능케 하실 수 있었다. 가령 하나님이 하늘에서 예수님을 미리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서 인간 부모를 통하지 않고 이 땅에 보내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예수님이 어떻게 우리와 같은 온전한 인간이 되실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예수님을 먼저 육신의 부모를 통해 이 땅에 오게 하시고 그의 생애 초기에 기적적인 방법으로 그 인성에 신성을 연합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랬다면, 시작이 우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예수님을 완전한 하나님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을 인간의 몸을 통하여 탄생하게 하심으로 완전한 인간이 되게 하시고, 동시에 성령의 능력으로 동정녀에게 잉태케 하심으로 완전한 하나님이 되게 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를 이해할 수 있다. 동정녀 탄생이 한 위격 안에 온전한 인성과 신성이 영원히 연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동정녀 탄생의 교리가 주는 실제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1)동정녀 탄생의 교리는 인간의 구원이 초자연적임을 상기시킨다(요 3:5~6, 1:13, 고후 4:7). 구원은 무능한 인간 노력의 성취가 아니요 그 구원과정의 첫 걸음도 오직 성령 하나님의 권능으로 이루어 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인간은 인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또한 인간 세상 속에 구주를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오직 하나님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2)동정녀 탄생의 교리는 하나님의 구원이 완전히 은혜의 선물임을 상기시킨다. 물론 마리아의 믿음과 헌신이 하나님의 사용을 위해 예비된 그릇이었지만(눅 1:38, 46~55), 마리아가 본래부터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할 만한 특별한 그 무엇을 소유했던 것이 아니기에 이 교리는 구원이 인간의 성취물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선물임을 상기시켜 준다.

 (3)동정녀 탄생의 교리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증거한다. 탄생의 기적적 성질은 예수님이 특별한 방법으로 선택된 유일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4)동정녀 탄생의 교리는 조자연적인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에 대한 증거이다(창 18:14). 하나님은 전능하사 죄인들의 새로운 탄생 즉 인간의 중생과 구원을 능히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원과 관련하여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6)고 선언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