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그리스도의 무죄성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히 4:15) 

 예수님의 인성과 관련된 중요한 한 가지 논점은 그리스도께서 죄를 지을 수가 있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 질문들에 대하여 성경은 인간 예수의 무죄성과 범죄 가능성을 분명히 증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무죄성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진리이다. 만일 예수님이 "흠 없는 자"(히 9:14)가 아니셨더라면 예수님 자신부터 구주가 필요하였을 뿐 아니라 그 누구의 구원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꼐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짊어지셔야 했던 그 엄청난 죄악은 완전한 희생을 요구하였고, 그러한 희생은 오직 무죄하신 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에게 실제적인 유혹과 범죄의 가능성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참된 인성은 부인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 예수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시험과 갈등을 체험으로 알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참 사람으로서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실 수" 있었다(히2:18, 4:15~16).

 

 예수님의 무죄성을 선언하는 많은 성경 구절이 있다. 히브리서 저자는 예수님이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 4:15), 그리고 "악이 없고 더러움이 없고"(히 7:26) 또한 "흠 없는 자"(히9:14)이심을 증거하고 있다.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요 6:69, 벧전 2:22), 요한은 "그에게는 죄가 없느니라"(요일 3:5), 바울은 "죄를 알지도 못하시는 분"(고후 5:21)으로 확증하고 있다. 예수님 자신도 분명하게 또는 암시적으로 자신의 의로움을 증거(요 8:29, 46)하셨다.

 그 외에도 빌라도의 아니(마 27:19), 십자가의 한 강도(눅 23:41), 가룟 유다(마 27:4)의 증거들을 보아서도 예수님의 무죄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죄고백과 죄 사함을 받을 것을 구하라고 하셨으나 예수님 자신을 위한 죄 고백과 죄 사유를 구하는 기록은 없으며, 예수님이 성전에는 들어 가셨으나 자신과 그의 죄를 위해 희생제물을 드린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예수님의 무죄성을 부정하는 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예수님께서 전혀 범죄하지 않았다면 그를 과연 우리와 같은 진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수님은 실제적인 유혹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죄하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예수님은 분명 모든 면에서 우리처럼 유혹을 당하셨고(히 4:15), 겟세마네의 번민은 강열한 유혹에 직면하여 그 유혹을 떨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한 인간 예수의 처절한 분투였다(눅22:44). 사실상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보호의 손길로 여과된 시험 즉 "피할 길"(고전 10:13)이 예비된 시험에 직면하지만 예수님은 여과 과정이 생략된 채 사탄과 직접 대면하여 땀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투쟁하셔야만 했다.

 물론 예수님이 우리처럼 타락한 본성의 충동을 따라 죄의 유혹을 받으신 것은 아니고, 다만 예수님이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려 할 때에 외부로부터 오는 사단의 공격과 유혹에 직면하신 것이다. 모든 가능성이 다 실제화 되어야 하는 법은 없고 실제화되지 않았어도 가능성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즉 참 인간되신 예수님은 실제적인 죄의 유혹을 받아 범죄할 가능성을 가지고 계셨으나 실제로 범죄하지는 않으셨다. 타락 이전의 아담이 유혹을 받은 것은 무죄한 인간이 실제적인 죄의 유혹을 받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창 3:1 이하).

 그리고 "죄를 범하지 않는 분을 진정한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은 사실상 비성경적 인간관에 근거한 질문이다. 만일 처음부터 죄가 인간의 본질이었다면 하나님은 죄의 근원적인 창조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경은 처음에 인간은 가장 선하게 창조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하는 질문 대신에 오히려 "우리가 예수와 같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해야한다.

 왜냐하면 예수님 많이 순수한 인간성을 참된 표준이 되시기 떄문이다. 오늘 타락하여 더럽혀지고 각색된 우리의 인성에 비추어 우리와 다른 인성이라고 해서 예수님을 참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실 뿐 아니라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인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인간' (Vere Homo)으로서 실제적인 모든 유혹을 받으시고 또한 실제로 범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 결과는 항상 범죄치 아니하셨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로 인한 모든 형벌을 온전히 대신할 수 있었고 또한 우리가 하나님의 언약의 축복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의(義)를 온전히 이루실 수 있는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