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성령으로서의 세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오순절 은사주의자들은 성령세례를 중생 이후에 그리스도인이 보다 능력있는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제2의 은사”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 성령세례를 받은 필연적인 증거의 표현으로서 방언의 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교회안에 많은 혼란을 야기해 왔다.

 

성령세례는 성령이 주시는 세례라는 의미가 아니고 높이 올리우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오순절 이후에 성령을 통해 풍성한 은혜를 베푸시는 세례 즉 “성령으로의 세례”라는 뜻이다. 그리고 오늘날 이 성령세례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 믿을 때에 일어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성령세례가 중생과 서로 같은지 또는 다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중생의 의미를 정확히 규명해야한다. 성경에 의하면 중생은 마치 어린이가 태어나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육에 속하여 죄로 죽었던 자연인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새 생명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건이다. 이것은 인간의 행위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오직 말씀과 성령의 역사로 일어나는 주권적 은혜의 사역이다.

 

 따라서 중생은 우리의 신앙을 시작하게 하고 신앙생활을 가능케하는 성령의 부어주심과 성령 받음 즉 성령세례를 동시적으로 동반한다. 다시말하면 성령 받지 않은 중생, 성령세례 없는 중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성령세례와 중생은 동전의 앞과 뒤가 같은 것처럼 같은 시점의 동일 사건을 가리키는데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성령세례를 중생과 완전 분리하여 중생 이후의 두 번째 은사로 주장함은 성경적 근거가 없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는 어떤 경우에는 성령세례와 중생이 일치하지 않는데 있다(행 8:14~17, 10:44, 19:1~7) 사도행전의 제자들은 구약시대에서 신약시대에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수한 상황 속에 있었다. 오순절 이전의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을 보고 그의 말씀을 듣고 믿고 따르기는 하였지만 아직 예수님의 구속사역(죽음-부활-승천)이 완성되기 이전에 살았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성령의 은혜로운 역사에 의해 중생을 받았으나, 구속사역의 완성 이후 즉 교회시대에 주어질 것으로 약속된 “보혜사 성령”의 부으심은 아직 받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리는 특수한 위치에 서 있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중생과 성령세례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자들의 경우는 구속사의 진전에 있어서 구.신약 과도기에서 완전한 신약시대 즉 교회시대로 넘어가는 양 시대가 겹치는 과정에서 주어진 특수한 현상이다. 이제 새 시대가 도래한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성경은 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령 받음 즉 성령세례와 중생이 항상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전 12:13,12:3, 롬 8:9,14,15, 갈 3:2~5). 사실 오순절날 당일에 회개하고 예수를 믿은 삼천명의 무리에게서 이미 성령세례와 중생의 일치를 볼 수 있으며, 그 후 계속적으로 회심하여 초대교회에 가입한 수많은 무리들에서 우리는 그 둘 사이의 일치를 볼 수 있다. 고로 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 당시 제자들이 경험한 그 특수한 과도기적 현상을 그대로 우리 모두가 체험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복음서 기자들이 이 특수한 경우를 기록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사마리아 사람들과 요한의 이방인 제자들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오순절 날의 유대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성령세례를 받는 것을 보고서야 그들도 교회의 회원됨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베드로가 이방인에게서 이러한 사실을 목도한 후에 말하기를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성령을 받았으니 누가 능히 물로 세례 줌을 금하리요”(행 10:4)하여 그들이 교회의 회원이 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로 사도행전의 그 특수한 경우는 예수님의 약속대로(행1:8) 복음이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인종과 국경을 넘어 땅끝까지 전파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