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성령의 사역(2) : 조명하신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을 받지 아니하나니

저에게는 미련하게 보임이요 또 깨닫지도 못하나니

이런 일은 영적으로라야 분명함이니라 (고전 2:14)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의 계시를 주시는 것도, 하나님의 계시를 받게 하시는 것도 다 성령 하나님의 사역이다. 사람의 영혼은 성령 하나님께서 밝혀 주지 않으시면 꺼진 등불과 같다(잠 20:27). 성령 하나님을 떠나서는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이해가 전혀 불가능하다(고전 2:14, 마15:14, 행 9:8).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통달하시는 성령 하나님(고전 2:10)만이 죄로 어두워진 우리의 마음을 열어서 하나님께 속한 신령한 것에 대한 분명한 지식을 갖게 해 주실 수 있다(골 1:9. 눅 24:25, 행 16:14, 25:18). 사도들이 기록한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성령 곧 "거룩하신 자에게서 기름부음"을 받은 자들만이 올바른 진리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요일 2:20~21).

 

 이처럼 성경의 진리에 대한 지식을 나누어 주시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조명' (照明, illumination)이라고 한다. 먼저 유의해야 할 것은 선지자와 사도들로 하여금 성경(계시)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신 성령의 영감과 우리로 하여금 그 성경(계시)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하시는 성령의 조명은 전혀 다른 사역이라는 점이다. 성령의 조명은 결코 성경 외에 또 다른 '새로운 계시'를 우리에게 주시는 사역이 아니고, 우리가 듣고 읽는 성경 속에 이미 완전하게 기록된 하나님의 계시를 파악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하시는 사역이다.

 죄는 우리의 지성과 의지를 가리고 어둡게 하여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를 깨달을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거부하도록 한다. 사실상 범죄한 인간은 본래부터 하나님의 진리에 대하여 우둔하고 무감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성령 하나님은 우리의 죄로 어두워진 눈과 마음을 열어 제치시고 하나님의 말씀에 우리의 마음을 조율하사 그 진리를 깨달아 알게 하신다(엡 1:17~18, 3:18~19, 고후 3:14~16, 4:6).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믿고 개종할 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진리를 점차 깨달아 죄로 어둡고 부패한 우리의 마음이 드러나게 하고 판단을 받게 하신다.

 

 예수님은 성령께서 오셔서 자신을 믿지 않는 죄에 대하여, 자신이 성부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리고 현세와 내세에 있을 심판의 사실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요 16:8~11). 오늘도 이러한 삼중적인 책망은 이전에 죄를 사랑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무관심하였던 사람들의 눈에 죄를 미워하게 하고 그리스도를 찬양하도록 하는 성령 하나님의 방편이다. 성령 하나님은 영감으로 성경의 진리를 우리에게 제공하셨고 이처럼 이제는 조명으로 그 진리를 우리에게 해석하시고 또한 그 진리를 우리의 삶에 적용하여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시는 것이다.

 

 성령을 떠나서는 성경으로부터 하나님의 진리를 진정으로 배울 수가 없다. 동시에 성경에 기초하지 아니한 소위 '영적'이라는 말은 사실상 사탄의 유치한 기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진정 성령 하나님의 권위 아래 사는 사람은 성령 하나님의 교과서인 성경 말씀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하며, 동시에 성경말씀의 권위 아래 사는 사람은 성경을 해석하는 분이신 성령 하나님을 구하여야만 한다.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하고 다른 쪽을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곧 흑암과 파멸에 빠지는 일이다.

 

 성령 하나님은 "말씀과 더불어" 그리고 "말씀을  통하여" 항상 역사하신다. 성령 하나님은 결코 성경에 대항하여 가르치지 아니하신다. 성경은 성령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우리가 듣고 이해하는 바를 검증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성령 하나님의 조명하시는 은혜를 덧입기 위하여 항상 성경을 깊이 연구(meditatio)하고 간절히 기도(oratio)하면서 성령께서 이미 나타내신 그 모든 진리에 응답하는 순종 (tentatio)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