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하나님의 나라(2)

 

모든 정사와 권세와 능력과 주관하는 자와 이 세상 뿐 아니라

오는 세상에 일컫는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시고

(엡 1:21)

 

하나님의 나라는 현재적인 동시에 미래적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초림으로 이미 시작되었고 재림으로 아직 완성될 것을 기다리고 있다.

 

(1)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실현되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 눅 11:20)고 하신 것은 자신의 메시야적 인격과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통치”가 이미 실현되었다는 사실 즉 하나님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을 분명히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구속사역에 기초하여 회개하고 복음을 믿을 때에 하나님의 거룩한 통치가 우리 속에 이미 이루어졌다.

사도 바울이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 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골 1:13)라고 한 것은 신약교회의 성도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통치 아래로 ‘이미’(already) 옮기워졌다고 선언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미 이 세상에서 오늘 우리 안에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었고 그 나라의 은혜와 능력, 축복과 영광을 지금 실제적으로 향유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하나님의 뜻 안에서 교회와 여러 신앙 공동체를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는 이미 교회 안에서 실현되었다.

 

(2) 하나님의 나라는 아직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마태복음 7:21에서 “들어가리라”는 미래 시제로 표현하셨고, 제자들과 함께 최후 만찬을 나누시면서 천국에서 먹고 마실 때를 예언하기도 하셨다(마 26:29). 그리고 주기도문(마 6:10, 눅 11:2)에서 “나라이 임하옵시며”(Thy kingdom come)라고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의 완전한 도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가르치신 것은 아직 하나님의 나라가 현 세상에서 최종적으로 완성되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오늘 이 악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아직 “외인”으로 살아가야 하고, 사단은 여전히 이 세상의 하나님(고후 4:4) 또는 이 세상의 왕자(요 12:31, 14:30, 16:11)로서 역사하면서 개인과 인류 역사를 통하여 계속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대적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 우리 시대에서 하나님의 나라(왕적 통치)는 사단에 의한 악의 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으며 악한 세상 나라와 투쟁하는 과정 속에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이러한 투쟁을 통하여 오늘날도 점차 확장되는 단계에 있다. 복음전파와 인간구원의 역사를 통해 사람들을 예수의 제자로 삼는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성취는 ‘아직’(not yet)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내 세상 끝날에 능력과 영광중에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이루어질 그 영광스러운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인 완성을 대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사옵소서’라는 주기도는 하나님의 뜻의 실현 즉 ‘하나님의 통치’가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에서 이루어질 것을 위한 기도이며, 동시에 미래에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그날에 심판의 주로 다시 오셔서 그 하나님의 통치를 최종적으로 완성해 주실 것을 열망하는 기도이다. 주기도문의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도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와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두 기도와 연관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대망하여 기도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먼저 온 세상과 인간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도록 즉 하나님의 주권이 높이 드러나도록 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의 나라를 대망하는 자에게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 것을 요구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의 임재는 하나님의 주권과 뜻의 완전한 실현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도는 하나님의 주권과 뜻이 ‘지금 그리고 여기’ 현재적 실제로서 나타남으로 그 결과적 은혜와 능력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도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과 뜻이 이 땅에서 완전하게 실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 기도는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종말에 완성될 것을 열망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주기도는 하나님의 나라의 ‘이미’(현재적 측면)와 ‘아직’(미래적 측면)을 동시에 구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 교회는 이 주기도와 더불어 계속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감으로써 오직 하나님의 이름과 주권과 영광을 높이 드러내는 왕국 백성과 시민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