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하나님의 나라(1)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눅 17:20~21)
예수께서 오셔서 최초로 선포하신 말씀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 4:17, 막 1:14)였다. 그리고 그는 지상 생애동안 계속하여 하나님 나라(천국)의 복음을 전파하셨고, 지상 생애를 마감하시고 승천하시기 전에도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세계만방에 전할 것을 명령하셨다(행 1:3).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제자들의 복음전파 사역의 기초(마 28:18~20, 엡 1:20~22)와 내용(마 24:14)이 되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님의 선교와 가르침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요 중심 주제였다. “하나님 나라”의 성경적 개념을 말하자면 그것은 우선적으로 왕으로서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의미하고, 동시에 이차적으로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영역을 의미한다.
(1) “하나님 나라”의 의미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를 말한다. 구약에 나타난 히브리 시의 대구법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진리를 의미할 때에 사용된다. 따라서 시편 145:13에서 “주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니 주의 통치는 대대에 이르리이다”고 하였을 때, 그 “나라”는 “통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구약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우선적 의미는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이다. 마가복음 10:15에서 우리가 어린아이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받들어야 한다는 것도 “어느 지역”, “영토” 또는 “교회”를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기도문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옵시며”의 뜻은 이 땅에 하나님의 거룩한 통치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즉 하나님께서 왕으로서 주권과 권능을 나타내시옵소서 하는 열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이 땅” 곧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이 왕으로서 높임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이루어짐으로서 하나님의 의와 하나님의 뜻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2) “하나님의 나라”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영역”을 말한다. 역대상 28:5에 “솔로몬을 택하사 여호와의 나라 위에 앉혀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려 하실새”라고 한 것은 다윗이 다스릴 이스라엘을 사실상 하나님의 나라로 부른 것이며, 시내산 언약 이후에 출애굽기 19:6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제사장의 나라”라고 부른 것은 그 나라를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구약은 여러 곳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요, 이스라엘의 거주지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영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신약에서도 여러 곳에서 “나라”는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복음서에 종종 나타나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표현은 분명히 통치하는 영토 또는 국토를 의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주권적 통치권을 행사하심으로 이루어지는 또는 하나님 나라의 구체적 표현으로서의 어떤 영역과 영토 또는 어떤 조직적 구성과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교회”를 정의한다면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인 즉 그 나라의 통치에 순복하고 이미 그 나라의 은혜와 축복 안에 들어와서 예배의식을 중심으로 모여 교제하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의 모임(공동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하나님의 통치 영역을 교회 안에만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제도적 교회의 머리만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 삶의 전 영역을 다스리시는 왕이시다(엡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