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성화 (3)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오직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쫒아가노라 (빌 3:12)
그리스도의 성화는 언제 완성되는 것인가? 지상에서 사는 동안에 완성될 수 있는가? 아니면 미완성으로 남는가? ‘완전주의’
(Perfectionism)는 모든 신자들에게 더 이상 고의적으로 죄를 짓지 않게 되는 ‘완전 성화’가 가능하며, 실제로 어떤 신자들은 모든 죄악을 극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러한 완전성화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성경적 근거를 예수께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 5:48)고 하신 것과 사도 바울이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케 하자”(고후 7:1, 참고; 엡 4:13, 살전 5:23)는 말씀에서 찾는다.
그러나 개혁주의는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완전성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화는 칭의로 시작해서 우리의 전 생애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증진되지만 그 완성은 우리가 죽을 때 (영혼, 히 12:23, 계 21:27)와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빌 3:21, 고전 15:23,49, 7:1) 비로소 완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성경은 이러한 개혁주의 신앙을 지지하고 있다.
첫째, 성경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죄로부터의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승리를 성취할 수 있다고 확정해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성경 구절이 우리가 이생에서 도덕적으로 완전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솔로몬은 “내가 내 마음을 정하게 하였다 내 죄를 깨끗하게 하였다 할 자가 누구뇨?”(잠 20:9)라고 질문한 후에 “선을 행하고 죄를 범치 아니하는 의인은 세상에 아주 없느니라”(전 7:20)고 단언했다.
예수님은 주기도문에서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마 6:11~12)라는 기도를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히 이 땅에 임하기까지는 우리가 매일 드려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위대한 신앙의 영웅이었던 사도 바울도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하는도다”(롬7:18~19)라는 고백적인 탄식을 했다면(참고; 사6:5, 욥 42:5~6), 우리는 완전 성화를 이 세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고 분명히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둘째,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것을 명령하셨을 때 모든 경우에서 그 명령에 순종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우리에게 주셨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처럼 “너희도 온전하라”(마 5:48)고 하신 것은 다만 하나님 자신의 절대적인 도덕적 순수성이 우리가 목표하는 궁극적인 표준이 되어야 하며, 하나님께서 장차 우리를 헤아리실 기준이 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오히려 그 말씀은 우리가 죄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얻기 위해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교훈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도 이생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이룰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이상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북극성에 도달한 사람은 없으나 여행자들에게 북극성은 항상 북쪽을 가리켜 주는 목표였던 것처럼, 우리가 이생에서는 완전 성화를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장차 그 완전한 상태에 도달할 것이기에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완전한 성화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사도 요한이 중생한 하나님의 자녀 즉 “그 안에 거하는 자 마다 범죄하지 아니하나니” (요일 3:6)라고 한 것은 우리가 죄로부터 완전 자유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범죄하지 아니하나니”라는 단어(분사)는 현재 시제로 쓰여진 것으로서 중생한 자는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그 죄의 종이 되어 범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동일한 성경에서 “만일 우리가 죄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요일 1:8)라고 선언한 것은 요한이 완전주의자들이 말하는 이 땅에서의 완전 성화를 결코 지지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완전한 성화를 이생에서 경험할 수는 없으나 그것이 항상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우리가 혹 연약하여 범죄할지라도 절망하거나 근본적인 패배감과 계속적인 죄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과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의 신분에 대해 자만하거나 죄악된 삶을 심상히 여겨서도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우리 속에 남아있는 악한 성향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도록 늘 성령 하나님의 인도와 능력을 구하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항상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