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교회의 정의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가 외인도 아니요 손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엡 2:19~22)

 

교회는 모든 시대의 참된 신자들의 모임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써 대속을 받아 구원받은 구약과 신약의 모든 시대의 모든 신자들을 포함한다.(엡 5:25, 히 12:23). 이 교회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대한 신앙에 기초하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내가…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라고 약속하심으로써 비로소 교회가 설립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복음을 선포할 때, 성령의 내적 증거를 따라 그 예수를 구주(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믿음이 생겨나고 따라서 거기에 교회가 형성된다.

교회의 설립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백성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에게로 부름으로써 교회를 세우신다(행 2:27).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불러내어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것처럼, 예수께서 자기 백성을 자신의 이름으로 죄악 세상으로부터 불러내어 교회로 만드신다.

그리고 그 부름 받은 사람들이 거룩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성령의 역사에 의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아야 하고 또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영원히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몸”(골 1:24)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이 연합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이어서 모든 구원의 은혜와 유익이 이 연합을 통해서 온다.

 

이 연합은 신비한 영적 연합이어서 사람의 눈으로 잘 식별할 수 없다. 따라서 누가 그리스도의 몸에 참으로 연합하였는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만이 보실 수 있다. 우리는 인간 마음의 영적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없고 오직 하나님만이 중생한 선택자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참 교회를 확실하게 아신다.(딤후 2:19) 따라서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그 교회를 ‘불가시적 교회’ (不可視的 敎會)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신앙고백과 예배 그리고 말씀 선포와 성례에서, 또는 교회의 조직과 정치 그리고 회집에서 그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그 교회는 ‘가시적 교회’ (可視的 敎會)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시적 교회는 최종적인 구원을 받지는 못했으나 교회에 적을 두거나 출석하는 모든 교인들을 다 포함하는 교회를 말한다. 예수님도 지상의 이러한 가시적 교회 안에는 여전히 거듭나지 못하여 최후 심판 날에 그들의 거짓이 드러나고 결국 버림을 받을 자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가르치셨다.(마 7:15~27, 13:24~30, 36~43, 47~50, 25:1~46)

 

이러한 교회의 구분은 로마 가톨릭에서 가시적인 자신들의 교회를 성경적인 참 교회와 동일시하여 절대화하려고 하였을 때, 종교개혁자들이 지상의 가시적 교회 안에는 거짓 신자들과 비성경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성경적인 참 교회를 강조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불가시적인 교회를 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혁자들은 불가시적 교회와 가시적 교회를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별도로 존재하는 두 개의 실체로 보지는 않았다. 불가시적 교회가 참 교회를 의미하지만 그 참 교회는 지상의 가시적 교회를 떠나 성립되지 않는다.

실상 지상의 가시적 교회만이 실재하는 교회이며 그 가시적 교회는 다만 참교회로서의 불가시적 요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통하여 그 불가시적 요소를 가시적 교회 안에 더욱더 구체적으로 가시화 시킬 때 교회는 참된 교회로 변화(성화)될 것이다.

물론 지상의 가시적 교회는 고린도 교회처럼 육에 속한 자들이 포함되어 있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을지라도 사도 바울은 그 교회를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고전 1:2)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허물 많은 가시적 교회를 말씀에 대한 순종을 통하여 날마다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로 개혁되고 성화되어 가야 할 교회로 제시하면서 그 지상의 가시적 교회를 위하여 충성할 것을 격려하고 있다. 교회가 지상에 거하는 동안은 완전 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지상교회는 계속해서 악과 투쟁하여 성결을 유지하는 전투적 교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