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영감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딤후3:16)

  성경의 ‘신적 영감’(神的 靈感, divine inspiration)은 하나님 지식의 전달 수단인 계시의 기록에 있어서 그 기록의 신적 기원과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증하기 위해 성경 저자들을 모든 인간적 오류와 누락에서 보호하고 감독하여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록되게 하신 성령 하나님의 신적인 감화를 말한다. 성경의 ‘영감’은 디모데후서 3:16의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theopnustos)에서 온 말이다. 그 문자적 의미는 “하나님으로부터 호흡을 안으로 받아들인”(breathed in from God)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호흡이 밖으로 발산되어진”(breathed out from God)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신적으로 숨을 불어넣는 것(in-spired)이 아닌, 신적으로 숨을 내쉬는 것(ex-pired)을 의미한다. 이러한 “영감”에 의한 성경은 인간의 저작물 속에 하나님에 의해 신적 생기가 주입(in-breathed)되어 생긴 인간적 제작의 산물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입으로부터 직접 신적 생기를 내쉼(out-breathed)으로 생긴 신적 창조의 산물이다. 따라서 영감의 결과적 산물인 성경은 ‘하나님에 관한 인간의 말’이 아니고, 바로 “하나님 자신의 입의 말씀” 그 자체와 같은 진정성을 가진다.

  성경의 저자들은 이러한 신적 영감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를 기록할 마음과 기록할 모든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모든 개념과 단어들까지 성령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 본질적으로 인간 저자는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을 뿐이다. 선지자들(신18:15, 34:10)은 주께서 그들에게 나타내 보이신 것을 이스라엘 앞에 제시함으로써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렘1:7, 겔2:7, 암3:7). 예수님도 성부께서 자기에게 주신 말씀들을 말한다고 하셨다(요7:26, 12:49).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이름과 권위로 가르치고 명령하였다(살후3:6, 고전14:37). 그리고 자신들의 말은 성령에 의해 그들에게 가르쳐진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고전2:9-13). 이처럼 선지자들과 사도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인간적인 충동으로, 자의(自意)로, 그리고 임의(任意)로 말하지 않고 다만 하늘의 지시로 말했다. 따라서 성경의 원 저자(auctor primarus)는 성령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성경을 기록할 때 인간 저자들은 단순히 녹음기와 팬과 같은 수동적인 계시 전달의 기구로써의 역할만을 한 것은 아니다. 개혁파 신학자들은 성경 자체의 증거들에 근거하여 성령께서 인간 저자들을 유기적인 방법으로 감동시켜 성경을 기록케 하셨다고 주장해왔다. 성령께서 성경 기록 시에 저자들의 내적 인간성 즉 성격과 기질, 은사와 재능, 교육과 교양, 용어와 문체 등의 현격한 차이들을 그대로 사용하시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초자연적인 감화를 통해 인간적인 오류가 전혀 개입되지 아니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록되게 하셨다는 것이다.
  성경 저자들은 성경을 기록할 때에 무의식적, 무의지적, 무인격적 도구가 아니었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을 기록할 수 있었으며, 개인의 고유한 문체와 용어들을 사용하였고, 또한 개인적인 역사 연구와 조사 결과까지도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요14:26, 롬7:, 9:1-5, 시51:, 23:, 눅1:1-4, 스7:11-26). 그러나 한 순간도 성령 하나님은 저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시지 않고 그 다양성 가운데서도 내적 통일성을 잃지 않도록 하셨다. 정확한 기억을 가능케 하시고 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도록 성령의 신적 감화를 통하여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록되게 하셨다. 따라서 성경은 전적으로 신적인 동시에 전적으로 인간적이다. 즉 인간 저자의 생각과 기록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역의 열매인 동시에 전적으로 인간 저자들의 사역으로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께서 연약한 인간의 몸을 취하셨으나 무죄하신 것처럼, 성경도 인간의 언어와 문자로 이루어진  연약하고 천한 종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나 전적으로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록되었다.

  디모데후서 3:16의 문맥에 의하면,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 된 ‘모든 성경’(the whole Scripture)은 일차적으로 바울이 디모데후서 3:15에서 말한 기록된 성문서(sacred writings)인 모든 구약 성경을 말한다. 그러면 그 ‘모든 성경’이 어떻게 신약 성경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가?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사도 베드로와 바울이 신약 성경을 구약 성경과 동일한 ‘성경’으로 인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즉 베드로후서 3:16에서 베드로는 “바울의 모든 서신들”을 인용하면서 그 서신서들을 바로 ‘성경’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바울은 고린도전서 14:37에서 자신의 편지를 “주의 명령”이라고 주장하였고, 디모데전서 5:18에서는 누가복음 10:7을 인용하면서 구약 성경 신명기 25:4과 동일한 ‘성경’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신약도 구약과 마찬가지로 ‘성경’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면, 신약도 디모데후서 3:16의 “모든 성경”의 특징인 신적 영감성을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울이 디모데후서 3:16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신약 성경까지 포함하여 기록된 거룩한 문서인 “모든 성경”은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벧후1:21) 구약 선지자들의 예언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비상한 섭리와 보호 속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이름으로 가르쳤던 사도들의 증거와 오늘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의 내적 역사로부터 온 것이다. 예수님은 성경(구약)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도 순종해야하는 성부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셨다(마4:4,7,10, 5:19-20, 19:4-6, 26:31,52-54, 눅4:16-21, 16:17, 18:31-33, 22:37, 24:25-27,45-47, 요10:35). 바울 사도는 우주 만상이 그러한 것처럼(시33:6, 창1:2), 성경을 “하나님의 감동”으로 이루어진 성령 하나님의 신적 산물이며,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치기 위하여 기록된 것(딤후3:15-17, 롬15:4, 고전10:11)으로 말하였다. 베드로 사도는 성경 가르침의 신적 기원(벧후1:21, 벧전1:10-12)을 분명히 밝혔고, 또한 이것을 히브리서 기자도 구약 성경을 인용하는 방법 속에 잘 나타내고 있다(히1:5-13, 3:7, 4:3, 10:5-7, 15-17, 참고 행4:25, 28:25-27). 그리스도에 대한 사도들의 가르침이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말씀들(고전2:12-13) 속에 있는 진리들을 온전히 드러내기 때문에, 교회는 권위 있는 사도들의 기록들을 역시 성경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성경적 증거와 더불어 그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신케 하시는 성령의 내적 증거를 통해서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신앙적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의 모든 기록들 즉 역사, 예언, 시, 노래, 지혜의 말, 설교, 통계, 서신 등을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며, 영감을 받은 성경 기자들이 가르친 모든 것들도 하나님의 권위 있는 교훈의 말씀으로 존경을 받아야 한다. 성경이 말씀하는 것은 곧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이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의 선물에 대하여 항상 감사해야 하며, 우리 자신의 신앙과 모든 삶을 토대는 오직 그 말씀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즐거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