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기관"
[ 기독신문 ]
황대우 박사, 칼빈 성경주석에서 가려뽑은 '교회론' 제시
"교회는 인간의 고안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거룩한 기관이다. 교회는 말씀 선포에 의해 다스려지기 때문이다." 칼빈은 에베소서 4장 11절(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을 주석하면서, 이 본문에서 바울이 강조하고자 한 바는 곧 교회 세움의 주체라고 말했다. 칼빈은 여기서 교회가 인간이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교회란 인간이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시는 신적인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은 이 본문에서 우리의 시선은 곧바로 '직분들'에, 교회의 구조에, '자리들'에 간다.
황대우 박사(고신대학교 개혁주의학술원)가 1월 22일 열린 한국칼빈학회 새해 첫 정례 발표회에서 칼빈의 교회론을 이야기했다. 칼빈의 성경주석들(에베소서 베드로전서 사도행전 요한복음 요한일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로마서 디도서 이사야 요엘 시편 스바냐 갈라디아 신명기 창세기 에스겔)에서 황 박사가 끌어낸 '칼빈의 교회론'은 한 마디로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거룩한 기관'이다. 그리고 황 박사는 이 단순명료한 칼빈의 교회론을 보충 설명했다.
첫째, 칼빈이 정의한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거룩한 기관'으로서의 교회는 '봉사공동체'라고 황 박사는 규정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몸을 세우기 위해 몸의 지체들이 서로를 섬기도록 은사를 주시고 직분자를 세우셨다. 따라서 섬김의 정신은 지상교회의 자세이며 사명이라는 것이다.
칼빈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교회는 또 '진리공동체'이다. 교회가 외치고 가르치는 것이 복음인 것은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진리는 교회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이며 근거이다. 즉 진리를 소유한 교회만이 참 교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교회의 원리와 근거이다. 칼빈의 여러 주석들을 근거로, 황 박사는, 오늘 교회가 소홀히 하고 있는 '교리'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황 박사는 "교리 없는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다. 바른 교리가 있는 곳에 신자들의 모임과 통일성과 교제가 있다"고 말했다. 칼빈은 사도행전(2:42) 주석에서, 모든 신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교회 통일성, 곧 교회 연합의 잣대요 시금석은 바로 "말씀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진리'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합의'한 것이 곧 진리가 되어 버리는 왜곡된 오늘의 교회일치운동에 칼빈은 따끔하게 한 마디 한다. "하나님은 순수한 진리 외에 다른 일치의 띠를 요구하지 않는다. 일치의 끈인 하나님의 순수한 교리를 가지고 있는 교회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하나님의 순수한 교리의 교제 밖에는 구원이 없기 때문이다."
칼빈은 또한 교회를 '사랑공동체'로 정의했다. 황 박사는 칼빈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워졌고 그 사랑을 받아 세상에 전하는 것이 교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힘없이는 하나님의 어떤 사명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랑은 "교회를 움직이는 동력일 뿐만 아니라 교회를 세우고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칼빈이 정의하는 교회는 '성장공동체'이다. 칼빈은 마치 인간이 성장 과정을 가지듯이 교회 역시 성장하며 이러한 교회의 영적 성장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이 정의는 요즘의 교회성장론을 지지하는 교회론이 아니다. 황 박사는, 여기서 칼빈이 말하는 교회는 '종말론적'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란 이 세상 속에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며, 이 순례하는 교회는 마지막 종말의 순간까지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의 수고를 감당해 나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칼빈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란 마지막 심판의 나팔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 그리고 끊임없이 그에게까지 자라가기 위해 하나님의 진리를 담대히 선포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이 세상의 겸손한 순례자이다."
그러나 오늘 인기를 끄는 교회성장론들은 성숙을 향한 '성장통'은 얘기하지 않는다. 종말을 바라며 지향하는 성장이 아니라 현실적응, 현실적합, 현실순응의 성장을 설파한다.
황 박사는 칼빈의 방대한 성경주석에서 교회론의 정수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의 교회론은 너무나 평범하다. 우리가 대가에서 기대했던 비범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숨어있던 비밀이나 비법도 없다.
그렇지만 황 박사는 너무나 평범해서 보지 못하고 새기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거룩한 교회'의 참모습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도전했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교회개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과연 얼마나 성경에 기초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질문해보아야 한다."
개척자금과 사람만 준비된다면 얼마든지 교회를 세울 수 있다고 태연하게들 생각하는 세태에 그러나 칼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김은홍 기자 (amos@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