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조명
이신열 교수(백석대학교)
1. 현상
(사회적인 현상)
우리는 과학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과학자로서 연구에 몰두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 실험 과학이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물리학자인 이삭 뉴턴을 위시하여 위대한 과학자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독교와 과학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거나 양자는 적대적 관계속에 놓여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에 찰스 다윈의 등장 이후 현대과학을 주도해 온 진화론 (theory of evolution)의 지대한 영향 아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독교와 과학은 항상 충돌과 대립, 상호적대 혹은 상호 무시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대다수의 국민들의 태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독교신학의 현상)
많은 기독교신학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기독교와 과학이 진리를 추구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의 파트너로 조화를 이룰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내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견해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기독교의 진리가 과학적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도록 이를 우리 시대의 지배적 과학적 기류인 진화론을 받아들이면서 전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과정철학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실재성이 그 자신이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진화론을 옹호하고 기독교를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조화시키려는 경우로 과정신학 (process theology)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로는 과학 발전의 다양한 결과물들이 기독교의 진리 체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신적 창조 (divine creation)를 뒷받침하므로 기독교와 과학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이는 스코틀란드의 상식철학 (common sense philosophy)에 근거한 사상으로 현대 과학이 발견한 과학적 증거들 (evidences)에 호소하면서 기독교의 정당성을 밝혀야 한다는 창조과학 (creation science)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2. 우리의 입장 서술
(강조점 중 하나를 서술)
이러한 과학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과학과 기독교와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과학의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는 문명의 이기르 제공해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자연의 혜택을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극대화하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건전하고 균형잡힌 성경적 세계관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과학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고찰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과정신학의 경우처럼 진화론을 받아들이고 이에 근거한 세계관을 통하여 기독교의 교리적 가르침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는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는 기독교를 이러한 세계관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기독교의 기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세상을 포함한 우주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전능성과 무한성을 부인하고 고전적 유신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는 과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의 창조에 도전하려는 모든 과학적 시도들에 대하여 경계하고 그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기독교와 과학이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의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 기독교 고유의 독특한 가르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자연과학자들이 신봉하는 유물론적/진화론적 사고와 여기에서 파생되어진 미래를 긍정적이고 유토피아적으로만 이해하려는 진보주의적 사상을 그리스도인들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 성경적 견해)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본래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나님의 피조세계인 우주는 하나님이 부여하신 고유한 질서와 조화가 있으며 과학을 통하여 이러한 오묘한 진리를 하나씩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위대하심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분께 찬양을 드리게 된다. 우주선이 발사되어 우주인들이 우주를 탐험하는 사실을 단순히 현대 과학의 쾌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통하여 밝혀지고 입증되어질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깨달으려고 할 때 기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가 설정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재배하고 그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열매와 맑은 공기라는 혜택을 누리게 될 때 모든 사람을 향하신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과 그 분의 선하심을 문득 깨닫게 될 때 기독교와 과학은 조화를 이루게 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함께 전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년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전 서울대 황우석 교수 사태는 우리가 과학을 통하여 하나님의 진리와 위대하심, 선하심, 지혜를 추구하기 보다는 과학을 이용하여 그 발전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를 조작 (manipulation)하려는 시도들이 21세기 과학계의 지배적인 태도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는 과학이 우주 만물의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기를 거부함에서부터 시작하여 진화론적이며 자연주의적 사고가 응집되어진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과학이라는 바벨탑을 쌓아 올려서 스스로를 하나님과 단절시키며 하나님을 대적하려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발로이자 표현이다.
기독교는 하나님 없는 과학이 인류가 오래 동안 염원해오던 유토피아적 희망을 결코 실현시킬 수 없음을 알려야 하며 이를 통하여 앞으로 과학의 발전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과학이 모든 인류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을 유물론적이며 진화론적 사고의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태도를 버리고 하나님이 주인 되심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의 입장- 신학적 서술)
현대 과학은 합리적 논지와 정확한 실험에 근거하여 자연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과학자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 있어서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와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는 서로 다른 영역의 진리임이 분명하지만 이 사실이 양자가 완전히 분리된 채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여야 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창조라는 성경적 가르침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들은 양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하며 조화되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창조과학자들은 때로는 창조라는 대명제 앞에서 이미 주어져 있는 과학적 증거와 자료들을 오용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하였다. 증거들이 과학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서는 보편성 (universality)과 검증성 (verifiability)이라는 잣대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 간과되어졌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인 창조과학자들은 창조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하여 주어진 증거들을 활용함에 있어서 과학적 원칙들을 위반하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서 잘못된 과학 (pseudo-science)에 몰두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통적 개혁신학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현대 과학은 하나님의 전능성과 섭리를 입증하고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과학의 유용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과학이 기독교의 진리를 모든 사람들에게 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의 진리를 변호함에 있어서 주어진 과학적 사실들을 과학적 원리의 범주 안에서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실천적)
위에서 말한 성경적, 신학적 원리에 근거하여 과학 기술 문명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학에 대한 맹신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과학이 만능이라는 현대인들의 태도는 과학의 문제점과 한계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경은 사람의 죄악된 본성이 사람이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을 대적하도록 이끈다고 증거한다. 하나님 없는 과학은 인간의 죄악된 성향을 그대로 표출하게 된다. 진리의 탐구라는 과학의 고전적 명제가 포기된다면 현대과학은 계속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하여 유토피아적 환상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모든 과학적 탐구의 결과물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고 입증하는 일을 고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학의 진보와 발전은 인간 능력의 극대화와 이에 대한 인본주의적 찬사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러한 업적을 가능하도록 한 하나님의 일반은총 (common grace)을 인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과학적 업적을 이해하고 평가함에 있어서 보편적 진리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인정함과 동시에 그것이 지니는 기독교적 의미를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대중들이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를 더욱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셋째, 특정한 과학이론 (예, 진화론)에 대하여 학문적이며 사실적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맹신만을 드러내는 비판을 삼가야 한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논쟁에 있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변증하려는 차원을 지나치게 우선시 한 결과로 합리적 비판을 위해 필수적인 냉철하고 객관적인 성찰을 무시하고 주관적 차원만을 드러내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기독교의 진리는 인간의 학문 활동의 하나인 과학이 지닌 한계성을 초월한다는 확신 속에서 과학이론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이를 학문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