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o500”
이란?

 

작성자: 황대우

 

“Refo500”“500 jaar Reformatie”의 약자로써 영어로는 “the 500th Anniversary of the Reformation”에 해당된다. 이것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예술과 학문 활동, 유관 행사 등등, 심지어 기념품이나 상품까지도 주도하고 관장하는 국제적인 플렛폼”(het internationale platform)이다. 레포500”은 네덜란드의 한 작은 신학대학교에서 시작되었으나, 단순히 한 나라 혹은 개신교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부 로마가톨릭도 연대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수많은 대학들과 박물관, 신학대학들, 도시들, 경제기구 등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종교개혁기념운동이다.

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다. 그런데 왜 벌써 레포500”을 외치는가? 이 운동의 아이디어는 아마도 2009년 전세계 곳곳에서 칼빈탄생 500주년기념 행사들이 왕성하게 개최되고 있을 당시, 네덜란드 기독교개혁교단 신학대학교의 교회사 교수이자 세계칼빈학회 회장인 헤르만 셀더르하위스(Herman Selderhuis)에게서 나온 것으로, 2010년 세계칼빈학회 이후에 공식적인 기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Refo500” 본부는 네덜란드에 있고, 공식 홈피주소도 www.refo500.nl이다.

세계 “Refo500”은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까지 16세기 종교개혁의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해마다 주도하면서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13년은 하이델베르크 신앙교육서가 작성된 1563년의 450주년이 되는 해인데, 하이델베르크 종교개혁과 신앙교육서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개최되도록 주도하고 유도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델베르크 신앙교육서와 관련한 행사들과 학술발표들이 눈에 띄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세계 “Refo500”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파트너로는 고신대학교를 포함하여 총신대학교, 열린교회, 횃불트리니티신학교, 한국칼빈주의연구원(정성구 원장) 등 총 5개 기관이다. 한국에서 세계 “Refo500”의 본부와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기관은 총신대학교인데, 그 이유는 총신대 안인섭 교수가 아시아 “Refo500”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세계 “Refo500”의 파트너의 수는 120개 정도이고, 이들 모두는 각기 매년 일정액을 후원하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Refo500”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또 다른 기관이 있는데, 그곳은 한국기독교학술원으로 종교개혁 500주년기념사업회라는 공식 명칭으로 활동한다. 이 학술원의 2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원로목사)가 세계 “Refo500”의 취지에 착안하여 한국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개최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신대학교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고신교단도 세계 “Refo500”의 일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계 “Refo500”은 우리 고신교단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또한 고신대학교가 세계 “Refo500”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고신대학교나 신학대학원이 주도하기 때문이 아니라,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이상규 원장)이 주도하여 매년 1000유로의 후원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개혁주의학술원이 자체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구조와 재정으로 인해 독자적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획한다 해도 지금의 교단적인 무관심 때문에 호응과 환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신교단과 고신대학교 및 신학대학원이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개혁신학과 개혁신앙에 대해서는 교단적으로 별반 관심이 없다. 장로교 내의 다른 거대교단들처럼 우리 교단과 교회도 몸집 불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교단의 초기 정신을 회복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 정신의 뿌리인 종교개혁과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망한다고 했던가?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우리 고신은 지금 역사를 알고 있는가? 우리 고신정신의 뿌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니 고신의 역사와 고신정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교단정치가 아무리 악하게 보여도, 누군가 그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단이 망하지 않고, 교단의 미래가 밝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최소한 고신정신의 뿌리와 역사를 아는 인물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상유지도 급급한 판에 웬 미래 타령이냐고 타박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밝은 미래 없는 현상유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고 얼마나 유익하며 유의미한 것일까? 몸집을 아무리 불려도 한방에 훅하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아무리 꽃단장을 해도 그 품위 유지는 하루 정도뿐이다. 역사적 진리는 타인을 의식하면서 외양의 크기와 화려함에 치중하기 보다는 자신을 성찰하면서 내실을 든든하게 다지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고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