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칼뱅이 세상을 바꾼다

기사입력 2009-04-14 16:24 기사원문보기


[미션라이프] 요즘 미국 크리스천들의 삶에서는 이른바 ‘새로운 칼빈( New Calvin)’이 살아숨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로 많은 기독교인들의 삶 속에서 건국 초기 신앙의 선배들이 지켜왔던 절제와 금욕, 검소함에 대한 가치가 여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현상을 두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뉴칼비니즘(New Calvinism)’이라고 명명했다.

‘바로 지금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10가지 사상’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뉴칼비니즘은 무엇보다도 전지 전능하며 세밀한 부분까지 다스리시는 하나님과 죄많고 한없이 보잘 것 없는 인간, 그렇게 나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이가 ‘만유의 주’ 하나님 한분 뿐이라는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TIME지의 뉴칼비니즘 기사로 바로가기

뉴칼비니즘의 주요 임무는 개혁교회의 근본 정신이 담겨있는 칼빈의 사상을 현대사회에 적용해 되살리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칼뱅주의자들이 교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사랑보다는 율법과 단죄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자유주의자들이 부인했던 동정녀 탄생과 성경무오설, 예수의 역사적인 부활 등을 인정하는 교회 전통에 충실하다. 뉴칼비니즘은 성령의 역사로 인한 일방적인 구원의 은혜라는 칼빈주의 전통에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성화의 과정은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성령을 찾구 추구하는 부단한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생활 속에서 칼뱅이 강조한 검소하고 결단있는 규범을 강조하면서 현대 사회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뉴칼비니즘이다. 뉴칼비니즘의 기수로 평가 받는 시애틀 마르스힐교회 마크 드리스콜 목사는 전통적인 칼비니즘과 뉴칼비니즘의 차이를 4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전통적인 칼비니즘을 근본주의와 자유주의로 양분돼 세상 문화를 배척하거나 반대로 동화되었지만, 뉴칼비니즘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선교적 관점을 갖고 있다. 둘째, 전통적인 칼비니즘은 도시에서 벗어나려했지만, 뉴칼비니즘은 도시로 달려간다. 셋째, 전통적인 칼비니즘은 성령을 두려워하고 예언과 방언이 그쳤다고 생각했지만 뉴칼비니즘은 성령을 기뻐하고 성령의 사역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넷째, 전통적인 칼비니즘은 다른 교파의 그리스도인들을 경계하고 그들과의 연결을 끊었지만 뉴칼비니즘은 모든 교파를 사랑하고 그들과 교류한다.”

아시아칼빈학회 명예회장 이수영(새문안교회) 목사는 "소비가 미덕인 것처럼 여겨온 미국사회에서 칼빈의 신학과 사상, 나아가 청교도 정신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교회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뉴칼비니즘은 특히 문화와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타임지는 내다봤다. 기독 문화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CCM 변천사를 돌아보면, 1900년대 초에는 ‘The old rugged Cross(갈보리산 위에·찬송가 150장)’와 같은 속죄를 표현하는 찬양이 풍미했다. 이어 1980년대에는 ‘Shine, Jesus, Shine(비추소서)’처럼 하나님을 친근한 대상으로 여기는 찬양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하나님을 전지전능 하신 분으로 고백하는 데이빗 크라우더 밴드의 CCM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기독 출판업계에서도 뉴칼비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칼비니즘적 관점에서 쓰여진 ESV 스터디 바이블(미국 크로스웨이 출판사)은 지난해 10월 출간되기 전에 이미 10만부가 팔려나갔고, 초판은 3개월만에 매진돼 출판사는 25만부를 다시 찍었다.

국내 교계도 미국의 뉴칼비니즘 열풍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왔던 세계가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부터 신앙의 본질을 되찾는 신호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정성구 원장은 14일 “인본주의와 진화론적인 세계관이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겠다는 신앙과 신학의 반성이자 회개이며 결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뉴칼비니즘의 출현은 매우 고무적이며, 오늘 날에 꼭 필요한 실천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박재찬 김지방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