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초기 교회의 ‘환대’ 전통 회복해야”
이춘성·김회정 박사,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제20회 신진학자포럼서 발제
제20회 신진학자포럼 참석자 단체 사진.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제공
고신대학교(총장 이정기) 개혁주의학술원(원장 황대우)이 1일 오후 대구 산성교회(황원하 목사 시무)에서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하겠는가’라는 주제로 제20회 신진학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이춘성 박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사무국장,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가 ‘초기 교회의 성장과 ‘기독교 환대’의 공공 윤리적 역할; 1~5세기를 중심으로’ ▲김회정 박사(울산동해교회 부목사)가 ‘건강한 장로교회의 원리와 적용: 장로교 정치, 보이지 않는 위험을 경계하라’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교회에 대한 높은 불신과 세속화의 확산
이춘성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제공
이춘성 박사는 “교회에 대한 높은 불신은 단순한 종교적 반감에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에 속한 신자들의 사회생활 및 신앙실천에 다양한 제약을 초래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주일예배 참석과 같은 신앙 행위는 과거에 비해 사회적 순기능으로 인식되기보다 개인적 선택으로 간주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며, 국가 혹은 사회의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종교적 활동의 제약이 정당화되는 문화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주일에 국가 혹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시험이나 행사를 배치할 때, 종교적 고려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경향은 이미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종교, 특히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담당하던 역할이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세속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록 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 세속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한국 사회는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수행해온 사회적 순기능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인식해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독립운동과 한국전쟁 이후의 재건 과정 속에서 선교사들과 한국교회가 감당했던 긍정적 역할에 대한 사회의 인정이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인식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교회 내 ‘가나안 성도’ 현상 즉, 교회를 떠난 신자들의 증가와 더불어 타종교로의 개종 혹은 무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기 교회는 ‘환대’를 단순한 자선 행위로 보지 않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신성한 소명으로 인식하였다”며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환대의 본을 따라, 공동체 안팎의 이웃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였다”고 했다.
◆ 초기 교회의 ‘환대’에 대한 다섯 가지 특징
이 박사는 초기 교회의 환대의 다섯 가지 핵심적인 특징으로 “첫째는 ‘놀람’”이라며 “이는 당시 사회가 경계하고 외면하던 가난한 자들, 병자, 여성, 노예 등을 먼저 섬기는 가치의 전복을 의미하며, 기존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행위였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역전’이다. 초기 기독교 환대는 힘과 특권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사회 관계망을 대체하여, 약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계성과 정체성을 창출하였다”며 “이는 로마 제국 사회의 위계 구조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또한 “셋째는 ‘상호성의 확장’이다. 기독교 공동체는 민족, 계급, 성별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이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관계를 형성하였다”며 “이는 고대 사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상호성 구조를 넘어서는 혁신적 시도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넷째는 ‘공적 책임’이다. 초기 교회는 가난한 자 명부의 작성, 나그네를 위한 쉼터(xenodocheia), 구빈원(ptochotropheia)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도시 전체의 복지를 책임지는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였다”며 “이는 교회의 윤리적 실천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의 윤리 지평을 확장하고 변혁하는 계기로 작용하였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다섯째는 ‘성장 효과’”라며 “박해 속에서도 교회는 ‘대안적 공동체’로서 인정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나아가 비기독교 사회조차도 교회의 자선 정책을 모방하게 되는 사회적 순기능을 감당하였다”고 했다.
이 박사는 “초기 기독교 환대는 ‘놀람–역전–상호성의 확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환대의 본래적 형태이며, 교회가 이러한 원칙을 견지할 때 오히려 박해와 불신 속에서도 공공 신뢰를 회복하고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초기 교회의 환대 전통을 회복하고 이를 사회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사회를 섬기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자연스러운 교회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교회의 역사가 보여주는 오래된 지혜”라고 했다.
◆ 장로교 정치의 핵심 원리, 교회의 유일한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
김회정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제공
김회정 박사는 “장로교 정치의 핵심 원리는 교회의 유일한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모든 교회 권세가 오직 그 분께 속해 있다는 데 있다”며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이 세우신 직분자들을 통해 교회를 친히 다스리신다”고 했다.
또한 “장로 교회는 다양한 교회 회의체들을 통해 교회의 하나 됨을 분명히 고백한다”며 “이러한 장로교 정치의 원리가 온전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교회 내 모든 직분자 간의 동등성과 나아가 지역 교회의 독립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 어떤 형태의 위계나 권위의 집중은 경계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장로교 정치 전통에서 형성된 구조와 제도, 그리고 그것을 계승한 한국 장로교회 정치의 현실 속에는 이러한 이상과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계적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음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장로교 정치는 지역 교회를 보편 교회의 지체이자 부분으로 이해하며, 노회를 보편 교회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기본 단위로 간주한다”며 “이에 따라 지역 교회는 그 자체만으로는 완전한 교회가 아니고 노회 아래 연합됨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교회로 인정 된다”고 했다.
또한 “목사직의 기능적 중요성을 강조함으로, 목사는 장로와 달리 지역 교회가 아닌 노회에 소속되어 제도적, 행정적으로 구별된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이는 일종의 위계질서가 형성될 여지를 제공한다”며 “특히 노회장과 같은 준(準)상설 직책은 이 구조적 위계를 더욱 고착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구조적 긴장을 극복하고 한국 장로교회가 보다 성경적인 교회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회 회의체 간 ‘상회’와 ‘하회’라는 개념을 위계적 복종의 구조로 이해하기보다, ‘동의’와 ‘일치’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장로교는 모든 회의체가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결정만이 권위를 가진다는 원리를 견지한다”며 “따라서 하회가 상회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위계적 복종이 아니라, 그 결정이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함을 고백하는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장로교 정치의 핵심 기관인 노회는 지역 교회를 말씀에 따라 돕고 지도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지역 교회와 총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교회의 일치를 증진해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의 정치가 교회의 유일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통치라는 이 본질적 고백 위에 굳게 서서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 속에 내재된 위계적 요소와 구조적 위험들을 직시하고, 그리스도의 주권과 교회의 본질에 대한 성경적, 신앙 고백적 성찰 위에서 끊임없이 점검하고 교정해 나가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했다. 한편, 행사는 질의응답 순서로 마무리됐다.
[출처] 기독교 일간지 신문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48848#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