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제2계명 :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출 20:4~6)

 

첫째 계명이 참 하나님만을 섬기고 다른 신(우상)들을 섬기지 말라고 하심으로 참된 예배의 대상을 명백히 하신 것이라면, 두 번째 계명은 참 하나님만을 섬기되 다른 신(우상)을 섬기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하심으로 참된 예배의 형식을 밝히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시에 여러 형태의 우상을 만들어 놓고 신으로 섬기던 이방인들처럼 종종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우상의 형태로 만들어 섬기려고 하였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있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형 아론에게 신상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아론이 금과 은으로 만든 수송아지를 애굽땅에서 인도하여 낸 자신들의 하나님처럼 숭배하였을 때 하나님은 진노하사 그들을 멸하셨다(출 32:7~10).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대한 거짓 예배는 그 후 여로보암 왕이 또다시 저질렀고, 오늘날도 우리 가운데 어떤 형상을 하나님 예배에 도입하려는 그 뿌리 깊은 병적 욕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하나님의 모양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결국 상상을 따라 하나님에 대한 우상을 만들게 된 것이다. 특히 애굽 사람들에게 능력과 비옥의 상징이었던 수송아지를 하나님의 우상으로 택한 것은 이방 풍속에 젖은 자신들의 생각과 필요를 따라 죄는 책망치 않고 언제나 힘과 풍요만을 안겨 주는 신을 갖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영원하신 하나님을 보이는 형상으로 제한하였으며, 온 세상을 오직 자신의 기쁘신 뜻을 따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항상 자신들의 인간적인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하나님으로 전락시키려 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 이스라엘의 전능하신 하나님을 애굽의 무능한 황소 신의 열등한 범주 속에 넣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하신 대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자신들의 어리석은 생각과 상상을 좇아 하나님을 섬김으로써 자손 삼 사대까지 이르는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방식이 하나님의 정하신 법에 상반되거나 어긋난다면, 그 예배는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자의적 숭배”(골 2:23)에 지나지 않으며, 하나님께 드리는 신령한 예배를 오히려 미신적인 짓거리로 전락시킴으로써 하나님을 크게 모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롬 1:21~23). 개혁교회가 천주교도들처럼 어떤 형상과 성화와 같은 인간적인 고안품에 의존하여 예배하지 않음은 오직 성경에서 가르치신 대로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성화와 성상을 보면 하나님의 영광과 뜻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성경)외에는 절대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알 수 있는 길이 없음을 믿는다.

 

제2계명이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는 의무는 “하나님께서 자기 말씀으로 제정하신 종교적 예배와 규례를 받아 준수하고 순전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지키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와 감사, 말씀을 읽고 전파하고 듣는 것, 성례의 거행과 받음, 교회 정치와 권징, 성직과 그것의 유지, 종교적 금식,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것, 그에게 서약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거짓된 예배를 부인하고 미워하며 반대하는 것, 각자의 지위와 소명에 따라 거짓된 예배와 모든 우상 숭배의 기념물을 제거하는 것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 제108문답). 우리는 이러한 의무들을 따라 “신령과 진정으로”(요 4:24) 항상 하나님을 예배하는지를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예배와 찬양, 기도와 감사 등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전하게 전심을 다하여 이행되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예배에 불참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 그리고 경건한 열심 없이 형식적 행위만으로 예배에 참석한다면 그것 역시 이 계명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제2계명을 주신 후에 자신의 속성이 충성을 요구하는 질투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동시에 그의 원수들에게 응분의 심판을 하시는 의(義)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신다. 또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시는” 자비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