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십계명의 서문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
(출 20:2)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자기 백성들에게 십계명을 제시하기 전에 서문에서 “나는 너를 애굽 땅 종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여호와”(출 20:2)로 자신을 소개하셨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신 것은 우리가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어떤 일을 하셨는가, 그리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먼저 분명히 깨달아야만 비로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우리의 삶의 방향과 지침을 바로 알 수 있고, 동시에 십계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순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계명 연구에 앞서 이 서문이 하나님에 대하여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를 알아야 한다.
(1) 십계명을 주신 하나님은 언약의 하나님이시다. 십계명 속에 다섯 번이나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출 20:2,5,7,10,12)는 언약의 하나님에 대한 호칭이다. “여호와”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신을 알리시기를 원하셨던 데서 나온 하나님의 고유한 이름이다. 430년간(마소라 본문. 출 12:40) 애굽의 종살이로 하나님의 모든 언약을 잊어버리고 거의 절망의 상태에 처하여 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기를 원하셨다.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이는 너희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여호와라 하라. 이는 나의 영원한 이름이요 대대로 기억할 나의 표호니라”(출 3:15).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하여 수백년 전에 믿음의 조상들에게 약속한 바를 신실하게 그대로 성취할 “언약의 하나님”으로 자신을 그 백성들에게 알리도록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이다. 따라서 십계명 서문에서 자신을 “여호와”로 소개하신 것은 지난 날 그 언약을 따라 실제로 “너희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곧 언약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 십계명을 준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시키고자 하신 것이다. 성경에 하나님의 언약을 혼인예식 때의 남자의 서약에 비교하였다. 다시 말하면 남자가 아내될 사람에게 자의(自意)로 사랑하고 보호하고 부양할 것을 보증하는 서약을 하나님의 언약과 비교한 것이다. “너를 지으신 자는 네 남편이시라”(사 54:5)고 하신 것은 하나님과 우리와의 사랑의 언약관계를 확인시켜 주신 말씀이다. 우리와 언약의 관계 곧 결혼생활의 관계에 계신 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순종을 요구하여 십계명을 주신다. 하나님의 언약이 구약시대에는 주로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의 씨를 통해서 주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하나님의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씨가 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졌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중재하시는 언약을 따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엡 1:3, 롬 8:32) 우리에게 주시기로 서약하셨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신실한 언약 안에서 우리의 남편되시는 그 하나님의 사랑의 법에 순종하는 일을 우리 생활의 당연한 의무와 법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십계명을 주신 하나님은 구속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주시면서 자신의 언약을 따라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땅 종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구속의 하나님으로 자신을 소개하셨다. 이것은 십계명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미 애굽으로부터 자유케 하신 후에 주신 구원받은 백성들의 삶의 법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종 되었을 때 “이 열 가지 법칙을 지키는 자들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하셨다면 그들은 애굽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애굽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잊어버리고 다른 신을 섬기면서 하나님 앞에서 범죄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약에 신실하신 여호와 하나님은 종살이하던 그들을 애굽에서 구출하여 내시고 참된 자유를 되찾게 해 주셨다. 먼저 그 백성을 자유케 하시고 그 다음에 그들에게 십계명을 주셔서 그들이 보장받은 그 자유를 계속 보존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받은 그 백성에게 십계명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구원의 결과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랑과 특별한 배려였음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을 애굽의 노예에서 구속하신 하나님은 갈보리산 어린양의 대가를 지불하시고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애굽같은 사단과 죄의 속박에서 구속하여 주셨다. 이 놀라운 구속의 은총을 통해 보장받은 참된 자유를 계속 보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약 1:25)으로서 십계명을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율법은 구원받은 자녀에게 더 많은 자유와 평강을 안겨준다. 이 서문에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나와 너”의 인격적인 관계로 말씀하신 것도 우리가 십계명을 지키는 일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 스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선행을 쌓아가는 일이 아니라, 구속의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전인격적인 응답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