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나타님께,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엡 1:3)이라는 말씀 등과 같이 예정과 작정, 및 선택에 대한 가르침은 성경이 많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말씀들을 근거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선택설을 설명하고 있고 유효한 부르심을 주장합니다.

 

1. 택함을 받은 자의 수는 확정적이고 더하거나 뺄 수 없는가?

선택이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선택받은 자의 수가 확정적일 것이고 더하거나 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실은 하나님의 선택이 우리가 시공의 한계 내에서만 상상 가능한 일반적인 선택의 개념과는 약간 다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시공에 제한되지 않는 초월적인 분이심을 고려할 때 그 선택은 단순히 시간적으로 “미리”의 의미만으로 이해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창세 전”의 그 선택은 시공을 초월한 선택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선택은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 수가 하나님께 확정적이지 않다면 그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아는 분이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될 것입니다. 신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최소한 지식의 차원에서 무한한 신이 아닌 유한한 신이겠지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하나님을 전지전능하신 신이요 무한한 신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하나님께 어떤 종류의 불확정적인 영역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한하신 하나님은 최고로 선한 분이십니다. 따라서 최고의 선이신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일을 누가 감히 그것이 불의하고 불공평하며 선하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유한한 우리 인간은 유한한 우주와 만물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지극히 미미해서 오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어떻게 무한하신 하나님을 다 알고 또한 그분의 생각을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과 계획을 아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한한 한 인간의 생각과 계획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잘 알 수 없다면 무한하신 하나님이시며 최고로 선하신 하나님의 작정을 유한한 인간이, 그것도 죄로 인해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하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다 헤아리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2. 하나님께서 구원 받을 자를 선택하셨다면 굳이 전도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마라나타님께서 이미 말씀하신대로 하나님께서 구원에로 선택한 사람이 누구인지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의 전파, 즉 전도를 통해 자신이 택한 사람이 누구인지 택함을 받은 당사자에게 알려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택해놓으셨다는 선택론은 전도의 무용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끝까지, 즉 세상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그 사람에게 복음의 소식을 전하도록 요청하는 전도사명론을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는 “전도의 미련한” 방법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래서 먼저 복음의 소식을 받고 믿음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 거룩한 소원을 알기 때문에, 또한 하나님께서 그들 모두에게 명령하신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사명을 들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전도하고 선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가 선택받은 사람인지, 그리고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혹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도 그런 택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전도하고 선교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세상의 어떤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런 일을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들을 향해 성경은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라고 말씀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외 없이 모두 이러한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내가 열심히 전도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하나님께서 이미 전도를 명령하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전도를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회피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의 유한한 논리를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신뢰하는 자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바울 사도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꾸짖으며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 1:25)

또한 예정론에 대해서 듣고 전도와 선교를 고민하다보면 ‘내가 열심히 전도해서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의 열심이 허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인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우리 자신 이외에는 누가 택함을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 맡기면 됩니다.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하는 사람은 마치 아침에 빵을 먹을지 밥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빵을 먹기로 결정한 순간 ‘혹시 하나님께서 밥을 먹도록 예정하신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면 빵을 먹는 일은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일이 되고 그 결과 하나님의 벌을 받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져 빵을 들고서도 먹기를 주저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누구도 아침마다 이와 같은 고민에 빠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최종적인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결과를 스스로 미리 예측하여 자신이 해야 할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황대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