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Soli Deo Gloria)

 이환봉 교수 (개혁주의학술원장) 

중세 당시에 로마교는 하나님의 영광에 대해 말하였지만 사실상 그 영광의 실체와 진의에 대해 올바로 알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영광을 도적질하였다. 칼빈은 당시의 그러한 교회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하나님의 진리의 빛이…꺼지고, 하나님의 말씀이 매장을 당하고, 그리스도의 선하심이 깊은 망각 속에 방치됨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교회에서 제거되어졌다”('Reply to Sadoleto')고 하였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자신의 주요한 목적으로 표명하는 자는 백 명 중에 한 명이 될까 말까하다”(시편 109편 주석)라고 탄식하였다. 사실상 로마교는 인간 선행에 의한 칭의의 교리와 인간 교황을 중심한 교권주의의 야욕에 의해 하나님의 영광을 도적질하여 제 8 계명을 철저하게 위반하였다.

개혁자들은 그러한 로마교에 반대하여 하나님을 중심으로 오직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강조하였다. 루터는 “하나님이 그 안에 거하시고 사시는 사람의 선행은 오직 하나님께 찬송과 영예를 바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돌리기 위해서만 도움이 될 뿐이다”(E. M. Plass, What Luther Says, p.538)고 하였으며, 칼빈도 우리가 선택 받은 것뿐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 그 자체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Inst., 2.6.3.). 그들은 생애의 전체를 통하여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이 철저하게 실현되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들어날 것을 열망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서 제1문답이 요구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있어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로마교에 의해 주장된 성속의 이원적 삶과는 대조적으로 개혁자들은 삶의 전체가 철저하게 그리스도의 주되심 아래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행위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성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가들 가운데 종교개혁은 인간 중심이 아니고 하나님 중심이었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추구하였던 종교개혁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문화 변혁의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많은 역사가들이 당시의 제네바의 노동윤리, 공공교육, 시민경제 개선, 음악과 예술의 진흥에 놀라움을 표하였다. 왜냐하면 죄와 은혜의 신학, 인간의 무능과 하나님의 주권, 행위를 떠난 오직 은혜에 의한 구원의 강조가, 즉 전적인 하나님의 영광만을 추구한 종교개혁이 어떻게 인간 사회의 그러한 놀라운 윤리적 변혁과 삶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개혁자들은 결코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다. 다만 바른 복음을 앞세우고 오직 말씀의 원리를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도록 강조하였을 뿐이었다.

   

오늘날 현대 교회의 생활에서 하나님 중심의 상실이 보편화되어 있어 통탄할 정도이다. 이는 우리의 관심이 하나님의 관심을 대신하고, 하나님의 일을 우리의 방식대로 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나님 중심에서의 이탈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를 인간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복음 설교를 상품 마케팅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인간의 기술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관심과 야망과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시지 않는다. 예배의 주권자는 하나님이시다. 따라서 우리는 예배에서 인간적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배의 유일한 대상이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개혁교회의 예배는 인간 중심의 축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을 높이는 진정한 경배이어야 한다.

오늘날 현대교회 안에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간다. 오늘 한국교회 안에 자신의 영광과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권주의자들과 좌우편의 영광만을 탐하여 높아지기 위해 시기와 분쟁을 일삼는 더러운 망령에 사로잡힌 자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항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인기와 성공이라는 우리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목적이 하나님 중심에서 떠나 점차 개인주의, 자기중심주의 경향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한국갤럽의 개신교 신자들의 의식조사에 나탄 바대로 신앙의 이유를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가 59.4%에 이르고 ‘현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복수로 선택하라는 질문에서도 개신교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은 ‘건강한 것’(50.1%)이었고 ‘가정생활이 즐거운 것’(31.4%), ‘돈 많은 것’(29.8%), ‘마음이 평안한 것’(22.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분명 한국교회가 하나님 중심의 신앙에서 점차 인간 중심의 신앙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보여 주는 적신호이다. 그러나 개혁신학과 신앙을 따르는 그리스도인 개인과 교회의 삶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의 원리를 따라 그리스도인 개인과 교회의 삶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임을 재확인한다. 구원은 하나님께 속하였고 하나님에 의해 완성되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임으로 우리는 항상 구원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 우리의 전 삶을 항상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권위 아래서, 그리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 만약 오늘 우리의 예배가 엔터테인먼트와 혼돈되고 우리의 설교에서 율법과 복음이 무시되거나 자기개발과 자아존중 또는 자아성취가 복음의 대안이 되도록 한다면 우리는 결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지금가지 우리가 살펴온 바대로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선포된 다섯 가지의 “오직”(solas)의 성경적 원리는 지속적인 교회개혁의 과제와 원동력이 되어왔다. 특히 “오직”이라는 단어에 담겨있는 중요한 의미 즉 그 무엇도 성경, 그리스도, 은혜, 신앙에 첨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하나님의 영광은 그 어느 누구와 그 무엇과도 결코 나눌 수 없다는 강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이 다섯 가지의 개혁신학의 특성들을 계속 우리의 신앙적 상황 속에서 항상 새롭게 해석하고 조명하며 구체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semper reformanda)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