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교회의 표지

 

 

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버가모 교회의 사자에게…

두아디라 교회의 사자에게…사데 교회의 사자에게…빌라델비아 교회의 사자에게…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가라사대

(계 2:1~3:14)

 

 

완전한 교회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상의 교회 안에는 양과 염소 그리고 곡식과 가리지가 섞여 있고(마 13:24~30, 36~43),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아직 완전한 성화에 이르지 못한 불완전한 인간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중세 로마 카톨릭처럼 어떤 교회들은 극도로 타락하여 배교의 위기에 처해 있는 교회들도 있다. 그러나 지상에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순수한 정통신앙을 지켜오는 교회도 많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으로부터 그러한 참된 교회의 본질적인 특징을 올바로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참 교회를 구별할 수 있는 표지(慓識)는 무엇인가?

 

(1) 말씀의 순수한 선포 - 말씀의 참된 선포는 교회를 순수하게 유지하고 교회로 하여금 신자의 어머니가 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방편이다(요 8:31~32,47, 14:23, 요일 4:1~3).교회 강단에서 사도의 후계자요 하나님의 사자인 목사에 의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설교)을 듣는 시간은 단순히 예배의 한 순서 또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인간적 설명의 시간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교회 가운데 실제적으로 임재하사 왕적 보좌를 펴시고 친히 입을 열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거룩한 시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칼빈은 설교자를 “하나님의 입”이라고 칭하였다.

고로 우리가 설교를 듣는 것은 마치 회중이 믿음 안에서 하나님께서 선포하시는 그 입의 말씀을 듣는 것과도 같다(살전 2:13). 이처럼 선포되는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와의 실제적인 연합이 이루어지고 그 신령한 연합을 통하여 약속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공급받아 회중(교회)은 날로 성장해 갈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순수하게 선포하지 않고 다만 거짓 교리와 인간적 교훈을 전하고 있다면, 그 교회는 참된 교회라고 할 수 없다. 삼위일체 하나님, 그리스도의 신성,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에 의한 구원 등의 중요한 교리들을 공적으로 부정하고 교리와 생활이 더 이상 하나님의 말씀의 통제 아래 있지 않을 때 그런 교회는 사도 요한이 말한 바대로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하였나니’(요일 2:19) 곧 사도적 전통에서 떠난 거짓 교회일 수밖에 없다.

 

(2) 성례의 올바른 시행 - 성례(세례와 성찬)는 하나님의 말씀과 분리할 수 없다. 순수한 말씀의 전파로부터 격리된 성례는 공허한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례의 능력과 효능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시행되는 성례는 하나님의 말씀(복음)의 가시적인 선포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성례는 불가시적인 말씀을 약속을 가시적으로 인치고 확증해주는 “보이는 말씀”(어거스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례는 말씀의 합법적인 사역자들에 의해 말씀이 정한 제도를 따라 집행되어야 하며 또한 자격을 갖춘 교인들 곧 신자들과 그 자녀들에게만 시행되어야 한다.

복음의 핵심적인 진리를 거부하는 것은 자연히 성례의 바른 시행에 영향을 준다. 로마 카톨릭은 성례를 말씀으로부터 격리시켜 성례에 마술적인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산파도 세례를 베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례의 바른 시행과 양식에서 떠났다. 성례의 바른 시행을 참 교회의 시금석으로 보는 것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분명히 세례가 복음전파와 그에 대한 신앙적 응답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마 28:19, 막 16:15~16), 성찬에의 참여를 교회가 지속적으로 행해야 할 일들 중에 근본적인 것으로 여기셨다.(눅 22:19, 고전 11:23~30).

 

(3) 권징의 신실한 시행 - 권징은 말씀의 진리를 준수하게 지키고 성례의 거룩성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한 것이다. 칼빈은 이 권징을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핵심 표지로는 여기지 않았으나 교회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권징을 등한히 하는 교회는 불원간에 진리의 빛이 어두워지게 될 뿐만 아니라 거룩한 것을 남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교회는 교리의 혼란과 회원들이 건덕상의 문제가 있을 때는 말씀의 순결과 성화의 생활을 수호하기 위해서 권징을 사랑으로 성실하게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도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적절한 권징을 강조한다(마 18:18, 고전 5:1~5,13, 14:33,40, 계 2:14,15,20).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순수하게 전파되고, 성례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그대로 시행되는 곳에는 어디에나 의심할 바 없이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기독교강요 4권 1장 9절)고 했다. 그러나 지상교회는 너무나 자주 “하늘 아래 가장 순결한 교회들이라도 혼잡과 오류에 빠지기”(웨스트민스턴 신앙고백서 25장 5절) 쉽기 때문에, 후대의 개혁파 신학자들이 권징을 교회의 표지에 포함시킨 것이다. 사실 종교개혁자들이 생각한 참 교회의 궁극적 표지는 그리스도 자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순수한 말씀의 중심이요 올바른 성례의 핵심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