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주기도 서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였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바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 (롬 8:15)

 

 

주기도문의 머리말은 인간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지 않으면 하나님께 열납 될 수 있는 진실한 기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상 하나님과 우리의 생명의 관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기도가 힘이 없고 응답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떠하든지 우리 마음속으로부터 진정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면 사실상 그 후 우리의 모든 간구는 이미 응답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시작하게 하신 뜻은 무엇인가?

 

예수님은 우리가 기도 중에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도 항상 하나님의 자녀로서 믿음과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나아오길 원하신다. 사실상 이전에 우리는 본질상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니었고 사탄의 자녀들이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로 하여금 양자의 영을 받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고, 사랑받는 아들로서 하나님의 유업을 이을 자가 되게 하셨다(롬 8:15, 갈 4:6~7).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마치 예수님께서 아들로서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성부 하나님께 접근하여 모든 간구와 소원을 아뢸 수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어떤 거리감과 불신앙적인 두려움 없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우리의 모든 간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된 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구원의 축복은 물론이고 이제는 아버지의 사랑하는 자녀로서 매일 매일의 삶이 하나님 안에서 보호받고 또한 우리의 현실적인 삶의 모든 필요를 아버지께서 채워 주시는 것을 의미한다(마 6:8, 10:30, 6:34, 10:25~26, 눅 12:32).

그래서 예수님은 주기도문에 연이어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천부께서는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눅 11:13)고 하심으로 필요한 것을 간구하는 그의 자녀들에게 세상 아버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넘치는 복을 더하여 주실 것을 강조하셨다(요 16:23, 15:16). 이처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단순한 호칭만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아들로서 영광스러운 신분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인식이요, 모든 필요와 간구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거룩한 보증서와도 같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영원한 아버지이심을 기억하게 하신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지만 여전히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우리의 담대한 믿음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될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을 조금도 축소시킬 수 없다. 기도 중에 우리는 항상 두렵고 떨림 가운데서 하나님의 거룩과 위엄과 공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전도서를 기록한 그 지혜자처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우리는 땅에 있음”을 기억하고, 또한 히브리서 기자처럼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섬길지니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시는 불”이심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처벌하실 권리와 축복하실 권리를 모두 가지고 계시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구약의 성도들은 범죄한 자기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였을 때 하나님을 향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진노하심 앞에 심히 떠나이다”라고 부르짖으며 회개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신속하게 연이어 “그러나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사 64:3~8)라고 거듭하여 부르짖으며 탄원하였다. 하나님 앞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나아가 회개하며 동시에 아버지의 용서를 구할 때 하나님의 대답은 항상 측량할 수 없는 자비와 사랑의 용서였다. “에브라임은 내 귀한 자식이 아니며 그는 내 귀염둥이가 아니더냐! 내 마음이 그를 향하여 치닫노니 나는 그를 불쌍히 여겨야만 하겠노라”(예 31:20).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땅의 아버지와는 달리 “하늘에 계신” 전지전능하신 분으로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에서든지 우리를 능히 도우시고 구원하실 수 있는 하나님이시기에, 오늘도 우리는 낙심치 않고 믿음과 신뢰 속에서 그 앞에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