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례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뇨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니라

(롬 6:3~4)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새 언약의 성례(마 28:19~20)로서 하나님께서 은혜언약 안에 포함된 선택자들에게 주시는 그 모든 구원의 은혜들을 확실히 보증하고 인(印)치는 거룩한 표징이다. 의식적인 씻음의 형식을 가진 기독교 세례는 내적인 정결과 죄용서(행 22:16, 고전 6:11, 엡 5:25~27), 성령께서 주시는 중생과 새 생활(딛 3:5), 그리고 영원히 그리스도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을 보증하는 성령의 함께 하심(고전 12:13, 엡 1:13~14) 등을 의미하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거룩한 표징이다.

 

세례가 이러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세례가 우선 근본적으로 성령의 사역을 통한 그리스도와 우리의 연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것은 수세자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롬 6:3~7, 골 2:11~12). 그러므로 신약에서 세례는 죄인이 그리스도 구원사역의 전 과정 즉 그의 생애, 죽음, 부활, 승천, 통치에 영적으로 결합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갈 2:20, 엡 2:5 이하).

물론 구원이 세례를 주고 받는 외적인 행위 그 자체에 의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믿음으로 붙드는 그리스도이시다. 세례의 능력은 물 자체 안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약의 저자들에게 있어서 세례는 그 구원적 믿음을 공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 절차이었으며, 그 절차를 통하여 신자는 그리스도와 그의 구원에 따르는 모든 복과 은혜를 붙들었다(고전 12:12, 벧전 3:21).

또한 세례는 그리스도를 위한 새로운 삶의 헌신을 의미하기도 한다(롬 6:4~22).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항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into)" 세례를 받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세례가 제공해 주는 그 언약적 관계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헌신과 순종의 관계에 들어감을 보여준다. 바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에게 속하여(into) 다 세례를 받았다”(고전 10:2)고 말하였는데, 그 말의 뜻은 그들이 애굽과 맺은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애굽을 떠나 하나님의 사람인 모세와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세의 지도와 감독 아래에 들어갔다는 것이다(참고: 고전 1:13).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오직 그 하나님의 인도에 전적인 순종과 헌신을 다할 것을 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불순종과 불충성의 삶을 사는 것은 자신이 받은 세례를 부인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례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위대한 복음 사건(십자가와 부활)을 돌아보게 하며, 우리가 이미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들어온 미래의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바라보게도 한다.

 

세례가 가리키는 구원의 실제적 은혜는 세례의식이 베풀어지기 이전 또는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구약에서 행한 언약의 표징은 할례였다. 그 할례는 무엇보다 신앙의 표이었다. 아브라함과 같은 성인의 경우에는 할례를 받기 이전부터 신앙이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삭과 같은 신자의 자녀들은 그들이 신앙을 가지기 이전부터 이미 할례를 받았던 것을 볼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새언약 안에서 개혁신학은 성은은 신앙고백을 한 후에야 세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반면에 그들의 자녀는 자신들이 스스로 신앙을 고백하기 이전에도 세례(유아세례)를 받도록 한다.

 

세례(헬:baptizo)는 물로 씻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물에 잠기게 하거나 물을 적시거나 뿌리는 방식에 의해 자유롭게 수행될 수 있다. 그리고 세례의 유효성은 세례를 베푸는 목사의 인격 또는 수세자의 인격에 의존하지 않는다. 세례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주신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표시하는 것이다(벧전 3:21). 그것이 하나님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 약속의 유효성은 하나님의 신실하신 인격에 근거하는 것이다.

또한 세례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표징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단 한번만 시행되어야 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따라서 한번 이상 세례를 받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신실성과 완전성에 대한 불신을 의미할 수 있다. 두 세 번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신실성을 의도적으로 의심하려고는 하지 않았을지라도, 그 행위 자체는 결과적으로 그러한 의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례받는 것은 결코 하나의 공허한 종교의식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성례로서 놀라운 은혜의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