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편재성




내가 주의 신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음부에 내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니이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 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


(시139:7-10)




  공간과 연관되어 있는 하나님의 불변성을 하나님의 편재성(偏在性, omnipresence)이라고 부른다. 하나님이 불변하시다면, 그 어떤 공간도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을 제한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모든 공간과 장소의 제한을 초월하시는 것을 하나님의 편재성이라고 부른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주 공간의 모든 장소에 자신의 전 존재로 충만히 현존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법으로 특별하게 자신의 임재를 알리시기도 한다. 이러한 하나님의 편재성의 의미를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첫째로, 하나님은 항상 모든 장소에 실재하신다. 인간은 동시에 한 장소 그 이상의 곳에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우리의 영혼이 온 지구를 떠돌아다닌다고 가상할지라도 그것도 역시 피조된 것이며 유한하기 때문에 한 곳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무한한 영’(Spirit)이시요, 모든 공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그 어떤 공간의 제한도 받지 않으시며, 우주 공간 그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 곳이 없다(신10:14, 시139:7-10). 하나님은 항상 모든 공간과 함께 계신다고 말해야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그 어느 공간에도 담길 수 없다는 것도 말해야 한다. 하나님은 어떤 물체가 한 공간을 점거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장소를 점유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영이신 하나님은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그 어떤 물질적 특성도 가지고 계시지 않다. 또한 무한하신 하나님은 어느 한 공간과 장소에 매이지도 아니하신다. 제 아무리 큰 공간일지라도 즉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하나님을 포용할 수 없다(왕상8:27, 사66:1-2, 행7:48). 따라서 하나님과 우리 인간사이의 장벽은 물질적 공간의 장벽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가야 할 어떤 특정한 공간이 정해져 있거나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가야할 어떤 특정한 장소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어느 한 공간에 제한되실 수가 없기에 하나님을 찾는 자는 그 어느 장소에서도 즉시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와 실재 안에 거할 수 있다.




  둘째로, 하나님은 항상 모든 장소에 충만히 거하신다. 편재하심은 하나님이 계시는 장소뿐 아니라, 어떤 한 장소에 하나님이 얼마나 충만히 거하시느냐 하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성경에 하나님의 일부분은 한 장소에 있고 다른 부분은 또 다른 장소에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은 찾아볼 수 없다. 하나님은 자신이 어디에나 계시며 항상 하늘과 땅에 충만하다(렘23:23-24)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하나님의 전 존재가 모든 곳에 동시적으로 충만히 거하신다. 이것은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말한다. 부산에 있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충만한 현존 안에 거하는 것처럼, 동시에 모스크바에 있는 신자들도 동일한 하나님의 현존을 누리고 있다. 고로 하나님의 광대하심은 그의 크기와 치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전 인격체로서 모든 곳에 항상 충만히 나타나심(행17:28, 골1:17)을 의미한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주의 모든 장소에 충만히 임재하시지만, 때로는 특별히 지정된 다른 장소에서는 특별히 다른 방법으로 임재하시고 또한 다르게 행동하시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특별하게 심판하시기 위해서(암9:1-4) 또 다른 곳에서는 축복하시기 위해서(시16:11) 각기 다르게 자신을 알리신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서 한동안 다른 곳에서는 계시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어떤 곳에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의 임재를 알리시고 자신의 성품을 나타내셨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편재성은 우리에게 적절한 경외심과 동시에 무한한 위로를 안겨 준다(시139:7-10). 하나님을 찾는 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를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그 하나님 안에서 살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과 만나기 위해 어떤 특정한 줄에 서있어야 하거나 미리 예약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새 언약에서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지정하신 어떤 거룩한 처소가 이 땅에는 없다. 이제 우리는 그 어디에서나 하나님을 뵈옵고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게 되었다(요4:20).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면전에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세상 다른 저쪽의 사건에 매여 계심으로 우리를 돌보실 여유를 내지 못하시는 경우도 없다. 하나님을 찾는 자는 항상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를 확신하며 살아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그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하나님의 편재성은 불신자들에게는 큰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으로부터 피하여 도망하거나 숨을 그 어떤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계시지 아니하시는 우주의 그 어떤 한 구석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옥에 있는 사악한 자들도 하나님으로부터 떠나있지 않다. 그들은 다만 하나님의 자비로부터 멀어져 있을 뿐이며,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계속 그들 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욥11:7-9, 렘23:23-24, 행17:22-31). 사실상 우리 인생이 피할 곳이 있다면 그 피난처는 오직 하나님뿐이시다. 모든 죄를 버리고 오직 하나님께 피할 때 하나님은 우리의 영원한 피난처가 되어 주신다.